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닷새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과 이정현 대표의 단식 농성 등 대야(對野) 강경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물밑 협상 노력도 미약하나마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과 혹은 국회법 개정을 잠정적 협상안으로 마련했다. 각각 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정 의장에 대한 고발과 개인비리 의혹 제기 등 당 주류의 강경한 입장이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나흘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9일 국회 로텐더 홀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릴레이 동조단식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여당은 지난달 30일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열고 주말 투쟁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를 통해 정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하는 1안과 여야 협상을 통해 국회법에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을 추가하는 2안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안의 논의를 위해 야권에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했으나 더민주의 거절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현직 의장을 형사고발하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은 뒤 "3당 원내대표가 같이 갔던 미국 순방까지 건드리는 것도 금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이 방미 과정에서 공금을 유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거나 지난달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 처리 과정에 대해 형사 고발한 점 등 여당의 강경 기류가 협상의 걸림돌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경 기류에 대한 반발로 여당 일각에서도 정 의장에 대한 인식공격성 비방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협상 노력도 여야 각자 이어가고 있다.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이날 서울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에 국감을 시작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주말에 야당과 협조해서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식 중인 이정현 대표를 만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감 정상화를 위해 조금 나서달라고 얘기했더니 자기 당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고 면담 내용을 전했다.
일단 1일 국군의 날 행사 참석 차 여야 지도부가 동석할 기회가 있어 물밑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대치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에 강경파와 협상파가 엇갈려 있어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점이 야당 입장에선 협상 내용을 모호하게 하고 있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정 의장이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SNS에 올려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조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내 협상 주장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투쟁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많이 걱정을 하셔서 단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대표가) 아직은 의지가 너무 강해서 조금 더 하려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단식 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