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의 핵심은 인사청탁 금지
-청탁한 者, 청탁받은 者 모두처벌
-낙하산 인사는 청탁 없이는 불가능
-靑 “金法시행, 공정경쟁시대 개막”
-공정경쟁시대, 낙하산 없어야 정상
-靑 ‘金法’ 준수시 낙하산 사라질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민철 CBS 기자
◇ 김현정> 김현정의 뉴스쇼 금요일 코너. 뉴스의 진실을 훅 파고드는 '훅!뉴스', 오늘도 권민철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기자.
◆ 권민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은 어떤 문제를 살펴볼까요?
◆ 권민철> 오늘도 음향 하나 준비해 봤습니다. 지난 월요일 국회 기자회견내용인데 이거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수많은 낙하산들이 내려왔지만, 이번 한국거래소에 정찬우 이사장 낙하산만큼은 박근혜 정부 낙하산의 화룡정점을 찍는 게 아닌가. 거래소 감사는 박근혜 정부 연설문 썼던 사람이 내려왔다. 대체 아무리 낙하산이라도 최소한의 전문성조차 없는 이 보은 인사들. 제발 국가 경영을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제 소원이다."◇ 김현정> 누구 목소리인가요?
◆ 권민철> 이윤경 사무금융노조연맹 위원장입니다. 오늘이 한국거래소가 주주총회에서 정찬우 前 금융위부위원장을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겁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김현정> 그럼 오늘 낙하산 이야기인가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현재 국감이 진행중이죠. 이번 국감 때도 낙하산 문제가 여지없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27개 금융공공기관의 낙하산 실상을 조사한 것만 보더라도, 임원 255명 가운데 97명, 그러니까 4명중 1명꼴로 낙하산이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국감 단골 메뉴 중에 하나가 낙하산입니다. 절대 근절되지 않을 거 같은 낙하산도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이후 변화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왜 그런지 오늘은 이 부분을 조명해 보려합니다.
◇ 김현정> 김영란법이 낙하산에 미칠 영향, 뭐 이런 건가요? 김영란법과 낙하산 간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선뜻 감이 잘 안 잡히긴 합니다만, 우선 낙하산은 어떻게 내려오는지 그 메커니즘부터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어요.
◆ 권민철> 낙하산은 보통 공기업, 공공금융기관, 아니면 정부입김이 작용하는 일부 민간기업 등에 내려옵니다. 형식적으로는 해당 기관이 정해진 절차를 따라 임원을 선임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청와대가 낙하산을 내리꽂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김현정> 형식상 일반적인 절차를 거친다? 형식상 일반 회사처럼 한다는 거예요?
◆ 권민철> 보통 공고를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 희망자들이 지원을 하고 그들 가운데 기관내의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5배수로 압축을 합니다. 벌써 이 과정에서 누가 낙하산이다는 소문이 돌죠. 재미있는 건 소문이 도는 사람이 거의 그대로 임명된다는 겁니다. 한 공기업의 경우 회사가 문을 연 이후 단 한 번도 사장 자리에 낙하산이 안 올 때가 없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공기업: 저희는 내부 승진은 없었고요. 관료 아니면 정치인이셨어요.기자: 회사가 문을 연지 몇 년이나 됐습니까?공기업: 30년이요.◇ 김현정> 30년간 100% 낙하산이었다? 정말 그렇군요. 이게 내부 임원추천위원회가 자기들끼리 '내부적으로' 쑥덕쑥덕 해서 낙하산을 선임하는 건가요?
◆ 권민철> 물론 외부 감시도 있습니다. 공운위(공공기관운영위원회)라는 곳에서 앞서 말씀드린 내부 임원추천위원회가 압축한 후보자들을 다시 심사합니다. 일종의 2차 면접인 거죠.
◇ 김현정>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정확하게 뭔가요?
◆ 권민철> 노무현 정부 때 공공기관의 인사, 경영 등을 투명하게하기위해 만든 전문위원회입니다. 예산권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산하에 있는 기구이기도 하고요.
◇ 김현정> 낙하산 막아보자고 만든 거네요? 그러면 이분들, 공운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 권민철> 보통 학계나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위촉이 됩니다. 임기는 3년이고요. 이들 현직 공운위원 가운데 한 명과 통화를 해봤는데, 직접 들어보시죠.
"그 쪽 기관에서 올릴 때는 어떻게 해서 올리는지는 모르지만, 저희들이 이 사람이 위에서 하라고 하는 사람인 줄 모르고 심사를 해요. 예를 들면 다 정해져서 다섯 명이 올라왔는데 한 사람 하라고 하면 심사를 할 수가 없죠. 우리는 공정한 평가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김현정> 다 정해져서 5명이 올라왔는데, 한사람을 심사하라고 하면 할 수가 없는 거다?
◆ 권민철> 현직에 있는 분이기 때문에 이 정도 밖에는 이야기를 못하는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자 그러면 낙하산이 내려오는 과정하고 김영란법은 그러면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 부분을 이제 봐야겠어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자료사진)
◆ 권민철> 우선 김영란법을 잠깐 살펴보면, 이 법의 원래 이름은 '청탁금지법'이죠. 이 법의 5조를 보면 14가지 유형의 부정청탁 유형이 명시돼 있는데, 세 번째 항을 보면 '채용, 승진, 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습니다. 곧 인사청탁 못하게 한 겁니다.
◇ 김현정> 낙하산이 바로 그 조항에 저촉이 된다?
◆ 권민철> 그렇습니다. 낙하산은 인사청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어떤 공기업이 있다고 쳐 볼까요. 사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있었는데 위에서 갑자기 물러나라고 했다면 청와대가 특정인을 후임자로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그 특정인은 이미 청와대에 힘을 썼거나 아니면 청와대와 닿는 제3자에게 자기를 보내 달라고 부탁을 했겠죠.
◇ 김현정> 그 부탁이 바로 청탁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권민철> 그렇습니다. 자신이 힘을 썼건, 제3자에게 부탁을 했건, 그 건 모두 인사청탁입니다. 이 경우 청탁한 사람도, 청탁받은 사람도 김영란법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김영란법이 인사를 청탁할 분위기를 상당히 위축시킬 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전에는 인사청탁이 드러나더라도, 윤리적, 도덕적 비난만 받았다면 이제는 그런 것들이 밝혀지면 실제로 법적 처벌 받으니 좀 더 조심하지 않을까. 그런 효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된다면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김현정> 앞으로는 김영란법 때문에 이런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군요?
◆ 권민철> 그렇게 기대를 해보자는 겁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영란법 통과를 몇 차례 국회에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재작년 세월호 대국민 담화내용 들어볼까요?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습니다.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립니다." (2014. 5. 19 세월호 대국민담화)◇ 김현정> 이번에 김영란법 시행에 들어간 이후에 나온 청와대 입장은 없었습니까?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권민철> 시행 첫날인 28일 정연국 대변인 언급이 있었습니다.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구현을 위한 김영란법 시행을 통해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렴사회 만들고 우리의 국가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방금 전에 말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렴사회' 그런 사회에서는 낙하산이 나올 수는 없는 거겠죠.
◇ 김현정> 그렇죠. 정말 그대로만 된다면. 그런데 그렇게 고질적인 병폐였던 낙하산이 이 법 때문에 사라질 거다? 너무 낙관적인 기대 아닌가 싶은데요?
◆ 권민철> 사실 그걸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오히려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를 더욱 은밀하게 진행시킬 거라는 관측인데요. 익명을 요구한 이 분야 전문가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그동안은 '내가 저쪽하고 선이 닿아서 이미 다 끝났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일종의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모습이 있었잖아요.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면 말하는 순간 본인이 부정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기 때문에 이제 그런 말도 안하고 아주 은밀하게 내부거래가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내부적으로 더 선이 닿는 사람들만 기회를 제한적으로 향유하게 되겠죠."◇ 김현정> 내부거래가 더 공고화 될 거다? 그렇다면 내부고발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인거네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현재 이런 휘슬 블로어들,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도록 한 '공익신고자보호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 공익신고자의 60%가 직장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정착이 안되고 있는데, 이번에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게 내부고발 문화도 함께 안착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 김현정> 실제로 낙하산이 내려오기까지 말씀하신대로 2단계의 면접을 거치는 과정이 있다면 사실은 내부인의 양심선언 같은 게 있을 법도 한데요?
◆ 권민철>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은 거 같더군요. 취재를 해 보니 보안이 유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이야기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자기가 나중에 다시 한 번 그런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그리고 공운위에 추천이 될 때 거기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거의 한통속이나 마찬가지. 말 안 듣는 사람은 이미 거기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요."◇ 김현정> 이미 정보를 알 정도인 사람들은 한통속일 가능성이 크다? 침묵의 카르텔처럼? 참 쉽지 않은 문제예요?
◆ 권민철> 그렇죠. 낙하산의 폐해는 우리가 극히 잘 알고 있죠. 가령 금융기관을 감시하는 감사로 연설문이나 쓰던 비전문가가 임명된다면 그 금융기관 제대로 감시가 되겠어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인맥으로 사장자리 꿰찼다가 결국 회사도 말아먹고, 국가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죠.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같은 경우는 부도덕, 윤리의식 부재 등 우리가 목도하지 않았습니까? 국민들에게도 큰 상처를 안겼고요. 낙하산은 사회를 이렇게 좀먹는데 내부자들이 침묵한다면 그 침묵은 역사적 죄악일 겁니다. 그리고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해서 김영란법을 잘 지킨다면 앞으로 더 이상의 낙하산은 안 나오겠죠.
◇ 김현정> 사실 이 시간에도 낙하산 문제 여러 번 다뤘지만, 별로 개선되는 게 없어서 낙하산 문제 거론하는 게 힘이 빠지는, 입만 아팠던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습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 표현대로 공정경쟁이 되는 시대, 더 이상 '빽'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변화되길 바라면서, 오늘 훅뉴스, 권민철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