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영화 설국열차의 메이슨 총리는 아이를 빼앗겨 절규하는 앤드류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 자리를 지켜라. 기차에서 원하는 질서를 지켜라." 자식을 빼앗긴 그는 고작 그의 신발을 집어던졌을 뿐이다. 그리고 가혹한 추위에 한 팔을 내미는 고문 끝에 팔을 잃었다. 메이슨은 그의 신발을 앤드류의 머리에 올려놓고 또 이렇게 말한다. "나는 머리이고 당신들은 발이다. 신발을 머리에 쓸 수는 없는 노릇이야." 메이슨에게 신발은 무질서의 상징이다.
농민 고(故) 백남기(69)씨에 대한 부검영장이 결국 발부된 28일 저녁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부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해 11월 14일. 시위를 벌이던 칠순의 농민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쓰러진 노인에게 경찰은 계속 조준 사격을 했고, 결국 그는 317일 만에 숨졌다. 그가 시위를 벌인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공약했던 쌀수매가 현실화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경찰은 물대포 때문이 아니라 신부전증같은 지병 때문에 백남기 씨가 숨진 것 아니냐며 부검을 하려고 한다. 백남기 씨가 그렇게 된 것은 질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현직 경찰청장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커티스가 이끄는 반란군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한 칸 한 칸 전진해간다. 그리고 자신들의 유일한 식량인 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공장에 도착했다. 공장의 커다란 믹서기에는 단백질 덩어리의 원료가 분쇄되고 있다. 놀랍게도 바퀴벌레다. 그 앞 칸에는 휘황찬란한 수족관이 있고, 스시를 만드는 주방이 있다. 앞 칸의 파워엘리트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표가 되자,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베풀었다. 송로버섯과 캐비어가 그 저녁 밥상에 올랐다. 스스로 특권층이라고 생각하는 재벌은 부를 대대로 세습하며, 이제는 떡볶이를 파는 동네 상권까지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낳아놓은 자식과 손자들이 먹고 살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파워엘리트에 편입됐다고 생각하는 행정고시 출신 고위공무원은 민중을 개, 돼지라고 부른다.
아이들의 교실에 도착한 커티스 일행은 윌포드와 엔진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을 목격한다. 아이들은 노래로 찬양하고, 질서에 대한 반항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교육받는다.박근혜 대통령은 다양한 형태의 교과서 특히 국사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똑같은 내용이 담긴 국정교과서를 만들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하는 지금까지 곳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세워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장영실 동상을 치우고, 그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금빛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어떤 자치단체는 대통령이 방문하신 곳이라며 표지판을 세웠고, 어떤 식당 주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한 식기를 유리관에 넣어 전시하고 있다.
맨 윗칸에 사는 윌포드는 '엔진'만이 최고 가치다. 그는 자신이 남아있는 인류를 살려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인구조절' 같은 잔혹한 일도 필요하다는 것이 신념이다. 심지어 다섯 살짜리 아이를 엔진의 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엄마의 품에서 빼앗아왔다. 그의 심복인 프랑코는 잔인하게 꼬리칸의 사람들을 탄압하고 살해하며, 윌포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다.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못했고, 오로지 나라 생각만을 하며 국정에 매진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책이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한다. 일 잘하는 모 수석을 내쫒으라고 주장하는 야당과 일부 언론의 행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다.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삼권분립의 한 축이 아니라, 자신의 반대세력이다. 국정 난맥을 풀어야하는 '대통령의 복심' 여당 대표는 오직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협상 대신 퇴로 없는 단식을 택했다. 여당 의원들은 그래도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이끌 수 없다는 여당 상임위원장을 방에 가둔 채 사실상 감금했다.
열차는 탈선했고, 어린아이 둘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이 영화 설국열차의 파국적인 결말이다. 우리는 폭주하는 설국열차에 올라타 있는 걸까. 우리는 지금 꼬리칸에 있는 걸까, 앞 칸에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