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설립허가를 초고속으로 내주며 특혜 의혹을 자처한 정부가 허가조건 이행여부 확인 등 관리·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재단에 대한 의혹이 줄줄이 불거진 뒤에야 뒤늦게 두 재단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2개월 넘게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두 재단에 대해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며 '자율 제출'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인 최순실씨 등 '청와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제기된 두 재단에 대한 관리·감독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미르재단 법인설립허가증'을 보면 지난해 10월 27일 문체부는 ▲민법 등 관련 규정 준수 ▲법인 설립허가 후 지체 없이 기본재산·운영재산을 법인 명의로 변경 ▲3개월 이내에 사업개시 등을 '허가조건'으로 제시하며 법인설립 허가를 내줬다.
재단설립 신청 뒤 업무시간을 기준으로 5시간만에 설립허가를 내주며 내건 조건인데 "설립허가신청상 허위사실이 발견되거나 상기 각 사항을 위반할 경우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적었다.
문체부는 '케이스포츠재단 법인설립허가증'에서도 관련 규정 준수 등을 준수사항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두 재단에 대한 설립허가를 내준뒤 이런 허가조건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진상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근 의원이 문체부에 미르·K스포츠재단의 목적사업 이행현황을 요청했지만 문체부는 "추진사업 관련 예산집행액 등 세부내역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 제출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재단 설립 직후 기본재산·운영재산의 법인명로 변경, 3개월 이내 사업개시 등을 허가조건이 이행됐는지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법인설립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사업 개시' 등의 허가조건은 선언적 규정이고, 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주무관청이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허가조건) 사항을 위반할 경우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으면서도 이런 조항들은 지키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선언적 규정'이라며 자기 부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영리법인 등 민간영역에 대해서 너무 많은 규제가 있으면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일반적으로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1년에 1-2번 정도 관리감독하는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문제가 없는 다른 비영리재단과 같은 기준에서 관리.감독했다는 설명이다.
현행 민법은 "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와 감독을 한다"고 정하고 있고, 문체부 비영리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역시 "법인사무의 검사 및 감독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법인에게 관계서류·장부기타 참고자료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공무원으로 하여금 법인의 사무 및 재산상황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특히 신 의원에게 "설립 직후 미르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라며 지난 8월에 발급받은 '잔액증명서'를 제출했다가 "설립 직후 제출받은 자료라면서 왜 잔액증명서 발급일자가 8월이냐"는 지적에 "당시에 제출받았던 증명서를 분실했다"며 뒤늦게 말을 바꾸기도 했다.
문체부는 미르재단 등에 대한 특혜의혹이 불거진 뒤인 8월, 두 재단에 뒤늦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제출 하겠다'고 답한 뒤 2개월 가까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는 두 재단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련 자료를 (두 재단에) 요구했지만 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두 재단이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문체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전경련에서 여러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니 그때가 되면 정상화되지 않겠나. 국정감사도 있고, 그때 질문 및 답변과정을 통해 모든 것이 해명될 것"이라며 두 재단의 '자율제출'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다른 비영리재단이 정부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한 달 넘게 제출하지 않더라도 자율제출을 기다릴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 됐기 때문에…. 재단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지 않겠냐"고 했다.
문체부의 이런 태도를 두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두 재단에 대한 감싸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동근 의원은 "설립 과정만 졸속처리 된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 또한 부실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문체부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해 관리하고 감독할 의지조차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