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20대 첫 정기국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다. 여야 의원들은 단통법이 소비자 혜택은 떨어뜨린 반면 이동통신사 배만 불렸다고 비판하면서 "반드시 손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단통법 시행 뒤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고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 "단통법 반드시 손보겠다"… 국감 단통법 개선 요구 거셀듯국회에서는 "단통법이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분리공시제 도입, 지원금 상한제 일몰기간 단축, 선택약정할인 할인율 확대 등을 골자로 총 4건의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3년 일몰제로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지난 6월 정부가 조기 폐지를 검토했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
심재철 의원은 33만으로 규정된 지원금 상한선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시장 과열을 안정화하려고 도입된 단통법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어서 반대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변재일 의원은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구분해 명시하는 '분리공시제'를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이통사 지원금만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제조사 장려금이 투명해지면 출고가 거품이 빠져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했다.
이에 제조업체들은 "국내에서 이를 공개하면 해외시장에서도 똑같은 출고가 인하 요구가 제기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용현 의원은 단말기 보조금 대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20% 선택약정' 할인율을 '30%'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이는 애플만 도와주는 모순"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시 지원금은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으로 구성되는 반면, 20% 요금할인은 온전히 통신사의 재원으로 혜택을 제공한다.그런데 애플은 단말기 지원금을 아예 내놓지 않는다. 이에 현재 아이폰 가입자의 약 80%는 선택약정을 택한다. 결국 "이는 애플에 대당 21만 5000원을 이통사가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통신사의 주장이다.
또 지원금은 가입 시점에 마케팅비용으로 처리되지만, 20% 요금할인은 약정기간 동안 장기간에 걸쳐 매출 감소로 반영된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요금할인폭 확대가 단말기업체 출고가 인하 노력을 차단하고, 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정부, 단통법으로 시장 투명 가계통신비 절감…시민단체 "소비자 피해 증가"업계에서도 단통법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정부는 공시제도를 정착시켜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고, 가계통신비를 절감했다며 성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의 휴대전화 구매비용을 높이고 결국 이는 이통사의 배만 불렸다고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으로 출고가와 지원금 공시제도, 20% 요금할인 등에 따라 소비자들이 휴대폰 예상가격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등 시장이 투명해졌다고 보고 있다.
또 20% 요금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휴대폰의 경우 이통사 지원금보다 20%요금할인 혜택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20% 요금할인의 지난달 기준 누적가입자 수는 1000만을 돌파했고 현재 가입된 사람은 834만명에 달했다.
수치상으로는 가계통신비가 다소 줄기는 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전인 2013년 가계통신비는 15만 2792원이었지만 2014년 15만 400원, 지난해에는 14만 7725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이 가격을 예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보조금을 동일하게 차등 지급해 일명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한 말)을 막겠다고 도입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8조8220억원에서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2014년보다 87% 늘어났다. 보조금 상한 규제로 그 혜택이 이동통신 3사에 돌아갔다는 주장이다.
녹색소비자연대도 단통법 시행 뒤 판매 대금 일부를 다시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민원이 9배 이상 급증해 소비자 피해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ICT소비자연구원 윤문용 정책국장은 "불법 페이백 민원 증가 사례는 단통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좋지 않은 풍선효과로 파악된다"며 "분리공시나 상한제 조정 등 단통법 부작용을 완화시킬 개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