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설립 특혜 의혹을 받고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과의 관련성까지 불거지면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키우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5공화국 시절 ‘일해재단’ 비리에 비견하며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여당은 이를 완강히 거부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 野 증인 채택 요구에 與 “기업인 증인 남발...기부문화도 위축”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와 관련해 “기부금 모금 뒤에는 청와대의 모 수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나 인적 구성, 돈줄까지 의혹투성이”라며 청와대 배후설을 제기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이날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박 대통령 퇴임을 대비한 ‘제2의 일해재단’이란 의혹을 밝혀줄 사실들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오영훈 의원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국감에서의 관련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을 요구했다.
이들은 “핵심 관계자들로 그 수를 최소화했음에도 여당이 끝까지 증인 채택을 거부한다면 국정감사 파행 등 이후 벌어질 모든 사태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교문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야당은 의혹 부풀리기와 정치공세, 과도한 기업 증인 남발과 줄 세우기를 통한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야당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기업 출연금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민간의 기부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다.
◇ 박 대통령 최측근 최순실씨 관련설…권력형 비리 가능성 솔솔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이란 순방 때 공연을 펼쳤다. 사진=K스포츠재단 홈피
야당이 국감 출석을 요구하는 증인·참고인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 등 재계 인사와 김형수 미르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17명이다.
특히 이 가운데 정동춘 이사장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권력형 스캔들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최씨가 정 이사장이 운영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운동기능회복센터(CRC)’에 5년 넘게 단골로 찾아오는 손님이었고 영입 과정에도 직접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청와대 문건 파동’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의 전 부인으로 박 대통령과 막연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더민주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목걸이, 브로치 등도 최순실 씨가 청담동에서 구입해 전해준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우병우 민정 비서관(현 수석) 발탁,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도 최순실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권력형 비리가 작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에 근접하게 된다.
이들 재단은 창립총회 회의록이 베끼기 수준으로 같을 만큼 설립 과정에 문제가 많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허가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기업 출연금도 수개월만에 800억원 가까이 모아지는 등 일사불란했던 점 등으로 미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