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은 12일 청와대에서 20대 국회 첫 영수회담을 열었지만 이렇다할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위기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북핵 해법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뚜렷했고 회동 분위기도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 사드배치 찬반논란…野 "대통령 안보강의였다"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안보위기에 대해 새누리 이정현·더민주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작심한 듯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북한의 반발에 대비해 국민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드의 효용성을 가지고 이런 저런 얘기가 있지만 이미 군사적 효용성이 입증된 체계다. 국민을 보호할 방법이나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했는데 얘기도 안하고 국민을 무방비 상태에 노출시키는 것은 국가나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야당 대표들을 겨냥했다.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회동에 앞서 박지원 위원장에게 "국민의당은 사드배치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물었다. 이어 추미애 대표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박 위원장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답했고, 추 대표 역시 "당론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사드배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자위권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책임지고 해야한다""국회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미국의 방어체계를 들여올 때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서 했지 비준사항은 아니다" 등의 강성 발언이 이어졌다.
더민주는 이날 청와대 회동을 혹평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오늘 청와대 영수회담은 한마디로 소통의 시대에 만사불통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였다. 소통의 높은 절벽을 만난 느낌이었다"고 평가했다.
윤 대변인은 "영수회담이라고 하기에는 대통령의 안보교육 강의에 가까웠다.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들며 시종일관 사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것 요구했다. 압박이라 느낄 정도였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을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북핵과 각종 현안을 놓고 영수회담이 열린 것은 성과라고 밝혔지만 사드배치에 대한 청와대의 일방적 독주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지원 위원장은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에 대해서 모두 함께 규탄했지만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고 야당 대표들은 제재와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입장차를 확인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안보위기 풀어낼 대북특사 제안에는 "시간벌기용일 뿐"북핵위기에 대한 접근법에서 큰 차이를 보인 만큼 야당이 요청한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제재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남북·북미 대화 테이블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6-7차 북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대북 특사를 보내 북한의 추가 도발 막아야한다"고 촉구했다. 추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님도 김대중 정부 때 대북 특사로 간 적이 있지 않는냐"고 물었다.
지난 7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을 요청한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도 특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이 거부하고 핵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시간벌기로 이용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북한은 우리와 대화하는 합의 기간에도 핵고도화만 생각하고 있었다"며 "특사 파견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대표의 대북특사 경험에 대해서는 "나는 대북 특사로 북한에 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여야정 안보협의체 제안에 "안보는 대통령 중심으로 결정되는 것" 이날 회동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을 공식 요청했다.
'여야정 민생협의체'처럼 대통령이 안보협의체 구성을 결단하면 정치권과 공동 대처해 국민불안도 해소하고 북핵문제와 사드해법 등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안보에 관한 것은 필요하면 (정부가) 설명하고 국회와 소통하고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도 하고 있다"며 "(안보는) 근본적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결정되는 사안이고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가계부채대책위 구성, 법인세 정상화 요구에는 '딴소리'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지난 6일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제안한 대로 이날 회동에서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가계부채비상대책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또 국민 10명 중 9명이 세금 부과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법인세 정상화 검토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현재 가계부채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며 뜻밖의 답을 내놓았고, 특위 구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높이면 부담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대표는 회동 후 국회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님이 관료들에게 둘러쌓여 계셔서 민생 위기감이나 절박함에 대한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혹평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 우병우 거취 朴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재신임 확인부동산 편법매매와 아들 의경 '꽃보직'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재신임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우병우 수석을 해임해 정치 정상화 신호탄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우병우 수석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답변을 안해서 회동이 끝날 때쯤 제가 재차 여쭤봤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대표도 "우 수석이 의혹을 하나도 해소하지 못하고 지금도 중차대한 업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님이 측근이 아닌 국민을 감싸 안아야 한다"며 신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은 현재 특별수사팀 구성돼 수사가 진행중이니 결과를 지켜보자"며 재신임 의지를 확고히 했다.
◇ "위안부 문제 일본과 이면합의 없었다"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차는 뚜렸했다.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님도 여성이고 저도 여성인데 같은 여성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는 무거운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실 듯하다"며 "국민들도 위안부 재협상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분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무슨 소용있겠나"라고 답했다.
또 "생존해 계실때 사죄도 받고 지원도 받아야 한다. (일본과) 소녀상 이면 합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부담을 고려해 국회에서 판단해 달라"고 공을 국회로 넘겼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등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고려해 달라"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