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석학 도올 김용옥이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북한의 핵개발 대응 등 국가 외교·안보에 관한 박근혜 정부의 무지와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근 책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통나무)를 펴낸 김용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와 중국은 5000년, 미국은 50년 우방이다. 사람들이 미국과의 관계는 특별한 관계로 생각하면서 중국이라고 하면 어디 아프리카 나라를 처다보듯이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 유학생인 제가 볼 때 미국은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우리네 친미라는 사람들은 남북 문제에 있어서도 대결이 아닌 화합으로 해서 다리를 놓고 로비를 해야 하는데, '북한 놈들 '악의 축'이니 빨리 떼려 죽이쇼'라고 미국 가서 사정을 한다. 이런 나쁜 놈들이 어딨냐"고 토로했다.
도올은 "사드를 배치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정책이 아니라, 망측한 자멸의 길"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했다.
그는 "북한의 핵 기술이 엄청나게 진보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분석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도 과도한 무기 개발에 국가의 전력을 쏟는 북한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까지 한 핵 개발을 비밀리에 한 적이 없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핵 개발을 계속 말해 왔는데,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이를 완전히 무시해 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이) 핵 전쟁을 전제로 '북한의 핵 능력이 10이라면 우리는 20을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 국토에, 같은 민족끼리 핵폭탄을 퍼붓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정책 방향이 될 수 없다"며 "우리와 중국이 합의를 해 가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스스로 핵무기를 억제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핵전쟁이 아니라 핵무기를 빙자한 요구다. 그 요구를 전부 드러내 대타협을 위한 세계적인 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핵무장론'에 대해 "실효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용옥은 "그런 식의 제재가 북한의 입장을 강화시켜 왔다. 경제제재라고는 하지만 북한의 무역 수치는 증가했다.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인데, 우리처럼 비열하게 돌아다니면서 '형 죽여달라' '동생 굶어 죽게 해달라'라고 하면 전 세계가 얼마나 비웃겠나"라고 꼬집었다.
"봉쇄·제재로 인해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 등 반대 작용이 강해지고 있으니, 비핵화·평화협정을 동시에 추진해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꾀함으로써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도올은 "우리에게는 항상 중국과 미국을 화해시키는 중간자로서의 세계사적인 임무가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이라고 하는 지정학적 위치는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강대국이 집결된 축에서 북한의 협상 카드가 오히려 우리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바보스러운 일이다. 우리 스스로 평화에 대한 주도권을 포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논하면서는 "여태까지 치러졌던 어떤 선거와도 성격이 다르다. 전혀 새로운 판이 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국 지도자 시진핑이라는 사람의 특징이 '뉴 패러다임'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래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두 사람뿐이다. 모택동과 등소평. 나머지는 등소평이 점지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시진핑은 이 두 사람의 패러다임과 무관하다. 우리나라도 똑같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는 인물이 이승만과 박정희 둘이다. 전두환·노태우는 '박정희의 아들'이고, 김영삼·김대중은 '박정희 안티 테제'로 빛을 봤다. 노무현은 '전두환 안티 테제', 이명박은 박정희 개발독재의 '마이너'한 산물이다. 박근혜는 이승만·박정희 패러다임 현상에 있는 사람이다."
김용옥은 "그런데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남경필, 원희룡 같은 사람들이 자기 정견을 갖고 국민에게 어필해야 하는데, 과거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겁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그런 관계를 앞세워 나오면 대선은 어렵다. 반기문이 박근혜의 후광을 얻어 나온다면 야당에는 호기다. 여당에게는 남경필, 유승민 카드가 반기문보다 1000배는 세다"고 내다봤다.
도올은 과거 박근혜 정권이 시작할 때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모르는 사람인 만큼, (박정희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임기 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의미 있는 일, 국민들의 가슴에 와 닿는 일이 없다. 중국 열병식에 간 것 외에는 잘한 일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만 해도 생각의 스케일이 있었다. 미국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 뒷다리만 붙들어야 산다는 사람이 아니었다. 경제개발을 하면서 미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며 "박근혜는 그러한 틀을 0.00000001도 배우지 못했다.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은 사상적 독재까지 하겠다는 것 아닌가. 세월호만 해도 그렇게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개성공단 폐쇄 등 모든 게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용옥은 끝으로 "2017년 대선에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기 욕심이 아니라, 진정 자기를 버리면서까지 민족의 대의를 이루겠다는, 추상명사에 대한 헌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