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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호와 골든 레코드, 지구의 메세지를 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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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지구의 속삭임'

 

신간 '지구의 속삭임'은 보이저 레코드판 제작 프로젝트를 이끈 6명의 관리자들이 제작 과정에서 겪은 일들과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었다.

우주로 지구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발상은 재미있었지만, 실제 세계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실무자들과 조력자들은 영상 신호를 소리 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기계를 빌리러 하루 종일 차로 가야 하는 거리를 수없이 오가고, 자료를 구하러 갔다가 쫓겨나거나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고심해서 겨우 고른 남녀 나체 사진을 NASA에서 외설물이라며 빼 버리고, 인사말을 녹음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미처 싣지 못하는 사태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뜸 밤 11시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얻고, 인도 전통 음악 「자트 카한 호」를 구하려고 인도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탁자 밑을 뒤지고, 시장 사진을 찍기 위해 동네 슈퍼마켓에 몰려가 포즈를 취하고, 인간 입의 기능을 보여 주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참치 샌드위치를 먹거나 물을 들이켰다

골든 레코드 제작에 직접 참여한 칼 세이건(Carl Sagan, 총 책임자), 프랭크 도널드 드레이크(Frank Donald Drake, 기술 감독), 앤 드루얀(Ann Druyan, 창작 감독), 린다 살츠먼 세이건(Linda Salzman Sagan, 인사말 구성 작가), 존 롬버그(Jon Lomberg, 디자인 감독), 티머시 페리스(Timothy Ferris, 프로듀서)가 메시지 선정 기준과 내용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던 뜨거운 현장이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보이저 레코드판의 수명은 10억 년으로 추산된다.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해 오늘날의 첨단 문명을 건설하기까지 고작 2만 년이 흘렀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언제 누구에게 골든 레코드가 전달될지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골든 레코드는 최대한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제스처로 인식되어야 한다. 좀 쑥스럽지만 대량 학살 무기나 기아, 전쟁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빠진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든 레코드가 우리의 좋은 점만 보여 주는 불완전한 자화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인간은 존재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시공을 초월해 미래와 소통할 수 있는 ‘영생’을 얻었다. 수십억 년이 지나 지구와 현생 인류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는 보이저호에 실려 영원히 코스모스에 울려 퍼질 것이다.

보이저호는 우리의 메아리와 이미지를 싣고서 우주를 여행하고 있으며, 머나먼 그 여정만큼 오랫동안 우리를 계속 살아 있게 할 것이다. ― 앤 드루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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