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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공표명칭' 함부로 못바꾼다…산업안전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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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상품명 대신 '총칭명'·산재 발생 위험 장소 확대 등 시행규칙 개정 입법예고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NOCUTBIZ
정부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막기 위해 화학물질의 공표 명칭을 통일하고, 원청의 산재예방 책임을 대폭 강화하도록 개정한 시행규칙 등을 입법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새로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을 오는 31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6일 밝혔다.

우선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품에 사용된 신규화학물질의 명칭을 사업주 임의로 다른 명칭으로 바꿔서 공표할 수 없고, 환경부가 손쉽게 대조할 수 있는 '총칭명'으로 통일해 공표하게 된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정조사에서 화학물질을 공급한 사업주가 상품명을 바꿔버리면 구매자나 공표된 물질목록에서 변경된 상품명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참사를 낳은 원인물질로 지목된 원료 'PHMG'가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상품명(YSB-WT)이 아닌 다른 상품명(SKYBIO 1100 등)으로 양도·제공된 바람에 다른 사업주나 노동자뿐만 아니라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공표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총칭명'의 경우 환경부가 고시한 '총칭명 작성방법'에 따라야 하므로 사업주의 임의변경이 불가능해진다. 또 사업주가 신규화학물질에 대해 요청한 정보보호 기간이 만료되면 화학물질의 명칭, CAS번호 등을 다시 공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도급인이 산재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 기존 20곳 외에도 크레인 등 양중기, 철도차량 등에 의한 충돌 또는 협착의 위험이 있는 장소가 추가된다.

이미 노동부는 지난 6월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를 기존 20개 장소에서 모든 작업 장소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개정안 제출 직전 발생한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을 기다리기 전에 시행규칙 개정부터 나서서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식당 주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노동자에게 헬멧을 제공하고 착용할 책임이 지워지게 된다.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오토바이 등 이륜자동차를 운행해 배달 등을 하는 노동자에게 반드시 안전모를 지급해 착용하도록 하고, 만약 브레이크 등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으면 탑승하지 못하도록 지시해야 한다.

그동안 배달 노동자가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교통법규를 준수하지 않으면 업주도 처벌받게 돼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적발된 노동자들이 업주로부터 교통법규 준수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고 업주들 역시 교육을 실시했다는 허위 서류를 남겨서 처벌을 피해왔지만, 이제는 교육 여부와 관계없이 업주에게 관련 의무를 지우기로 했다.

최근 잇따라 인명 사고가 발생한 밀폐 공간 작업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올 여름에도 불볕더위 속에 산소가 부족한 정화조에서 안전장비 없이 각자 작업하다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지난달에만 5명이 숨졌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 밀폐공간에서 발생한 질식 재해를 집계한 결과 114건의 질식 사고가 발생, 177명이 사고를 당해 92명이 숨졌다. 특히 밀폐공간에서 질식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견이 늦고, 구조하려던 동료들까지 안전장비 없이 밀폐공간에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 따라 정부는 밀폐공간 작업 전 산소농도 측정 및 환기 결과 등을 검토해 안전한 경우에만 작업을 하도록 검사하는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2년 전 선박 탱크 안에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유기용제에 중독되는 등의 사례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해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로 호흡보호구의 범위를 좁혔다.

이 외에도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작업 장소에서의 화기 작업 시 화재 감시자 배치를 의무화하여 대형화재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자의 직업병 및 안전사고의 감소 효과가 큰 물질 24종의 관리 수준을 상향 조정된다.

또 타워크레인의 운전 작업 중지 풍속 기준(순간 풍속 초당 20미터→초당 15미터)을 강화하고, 산업현장의 비상전원의 종류를 전기저장장치를 포함해 명문화하는 등 일부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했다.

박화진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현재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국정조사 만료 전이라도 문제점이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려 했다"며 "그 밖에도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정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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