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세상의 진실을 읽는 진짜 뉴스의 힘'은 뉴스 생산 메커니즘과 저널리즘의 작동 원리를 파헤치며 뉴스의 위기 시대에 저널리즘이 살아날 기회를 탐구한다.
근래 한국에서 가장 혁신에 성공한 것은 JTBC <뉴스룸>이다. JTBC의 도전과 변화는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와는 방향이 다르다. 오히려 아날로그 스타일이고 철저하게 저널리즘의 기본에 집중했다. 손석희 사장은 “백화점으로 가는 순간 우리는 망한다”고 선언하고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쏟아냈다. ‘가벼운 뉴스’를 많이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이슈를 선택해서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끌어냈다.
탐사 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도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스타파』의 혁신은 스타일이 아니라 콘텐츠 접근 방식에 있다. 이슈를 좇기보다 주류 언론의 사각지대를 파고들면서 이슈를 만들어내고 의제 설정을 주도했다. 현재 『뉴스타파』의 고정 후원자는 3만 명이 넘으며,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었다.
『노컷뉴스』가 페이스북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2015년 민중총궐기 때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영상을 다른 누구보다 먼저 올렸기 때문이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때 어린이 합창단이 추운 날씨에 외투도 없이 얇은 옷을 입고 떨고 있는 것을 올려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정부의 내막을 볼 수 있는 언론사’라는 브랜드를 확고하게 다지며 진성 팬을 모은 것이 효과적이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좋은 기사는 읽힌다. 다만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독자를 찾아가지 않으면 사라질 뿐이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인터렉티브 뉴스와 사진을 강조한 콘텐츠가 늘어났다. 비주얼이 중요하지만 결국 성패 여부는 콘텐츠에 담긴 메시지의 질과, 콘텐츠를 소비할 독자에 대한 타깃팅이다. ‘스브스뉴스’를 성공시킨 권영인 SBS 스브스뉴스 팀장은 ‘수용자들의 공감’을 강조했다.
원 소스 멀티 유즈를 넘어 원 소스 멀티 콘텐츠의 시대다. 하나의 이야기가 채널과 세대, 독자의 상황에 맞는 콘텐츠로 바꾸어야 한다. 압축적으로 핵심만 전달하는 카드뉴스형 콘텐츠 스타일은 유지될 것이지만, 스토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포장이 좋아도 멀리 가지 못한다.
책 속으로많은 언론사가 카드뉴스와 모바일 맞춤형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경쟁적으로 뉴미디어 콘텐츠를 내놓는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 인력 대신 인턴 학생이나 비정규직 등을 채용하는 데 급급하다. 언론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단기간에 생산할 수 있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본문 155쪽
뉴스 콘텐츠의 수명이 매우 짧고, 그마저도 갈수록 짧아지는 것도 유료화를 가로막는다. 뉴스 생존을 위한 방법으로 흔히 제시하는 “차별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어라”는 말은 쉽지만 살아남기 위해 어뷰징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는 허무한 구호에 가깝다.
-본문 195쪽
신문사가 가진 것은 기사뿐이다. 전통 언론 시장에서는 그 자체로는 제값을 주고 팔 수 없었지만, 다양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는 뉴미디어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그때 쏟아지는 기사는 다른 형식의 콘텐츠로 가공해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 퍼트리고, 뉴스가치가 사라진 기사도 데이터베이스화해 재가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본문 197~198쪽
거창하게 혁신을 논하지만 김밥천국처럼 싼값에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언론의 현실적인 전략이다. 기자들은 여전히 출입처에서 대동소이한 기사를 쏟아내고, 혁신은 조직 전면이 아닌 변두리에서만 이루어진다.
-본문 236쪽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디지털 혁신에 사실 기술은 없어도 된다. 진짜 혁신은 좋은 기사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기사를 구할 수는 없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243쪽
카드뉴스는 아주 단순해 보인다. 그렇지만 제작할 때는 무엇이 중요한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취사선택하고, 이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해야 한다.
-본문 306쪽
CBS노컷뉴스 김영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