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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고공농성 노동자…남은 건 '빨간 딱지'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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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규협씨 페이스북)

 

"정작 더 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조사도 못하면서, 저희에게만 무자비하더군요."

75m 높이의 광고판에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였던 기아자동차 사내 하청 노동자 한규협(43)씨와 최정명(47)씨.

그들은 지난 6월 363일간의 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았다.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농성해제 권고와 설득을 끝내 거절할 순 없었다.

그리고는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높은 곳에서의 외로운 사투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땅 위서의 현실. 그들에게는 그점이 더욱 뼈아팠다.

병원치료를 끝낸 그들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1일 오후. 한 씨의 목소리에는 많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지난해 9월 법원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불법파견 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회사 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항소심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버티기에 들어갔고, 개선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다.

"직장, 생계 다 버리고 목숨까지 생각하고 올라갔어요. 법적으로 판결난 명확한 사항인데도 관철되지 않는 현실을 보며 속상하고, 무기력 했어요"

지난 10년간 길거리 농성, 파업, 집회 등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 뒤 결국 고공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었다.

◇ 목숨을 건 고공농성의 대가는… "텅 빈 집뿐"

CBS 노컷뉴스 DB

 

그러나 긴 고공농성 끝에 땅으로 내려온 그들에게 닥친 것은 광고판 소유업체가 낸 5억여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냉장고, TV 등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들이 붙었고, 최 씨는 지난달 20일 압류된 유체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집안은 '텅' 비어버렸다.

1년이 넘는 농성으로 생계 또한 막막해졌다.

빚을 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유일하게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던 터라 부담은 컸다.

혹여나 과한 처벌을 받게될까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을 지켜보는 것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저희들은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 각오했던 부분이지만, 이런 상황을 겪는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라도 불안해했을 거예요.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이 상처받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한 씨는 특히 6살 난 늦둥이 딸을 생각하면, 더욱더 마음이 미어졌다.

그는 "좋아하던 아빠였는데도 오래 떨어져 있다 보니 서먹서먹해 했다"며 "나중에는 아빠가 또 안 올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런걸 보면서 아이들이 상처받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불법 파견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저희가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파견법의 공백, 허점을 노리고 사람들을 착취하려고 하는 재벌들과 운영자들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이유없이 불법적으로 임금을 착취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그들과 다시 싸울겁니다."

한편,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해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3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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