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의 이런 기자회견이 있은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일방통행 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5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26일자로 미국 쇠고기 수입관련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기로 했다.
따라서 쇠고기 고시는 26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미국 쇠고기 수입 빗장이 풀리게 됐다.
정부·여당은 고시가 늦춰지면서 "이면합의가 있다느니, 내용을 숨긴다느니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고시 게재를 서두르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고시를 미루겠다던 정부. 여당의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고 선언한지 일주일 만에 정부·여당이 강행처리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운 응답자가 고시를 늦추거나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쇠고기 고시 강행이 국민여론과 괴리된 결정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여당이 쇠고기 고시를 강행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장마와 함께 점차 식어가던 촛불시위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회 등원을 검토하던 민주당은 "정부의 고시 강행은 미국산 쇠고기를 국민에게 강제로 떠먹이는 작태"라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고시 강행에 대해 "정치를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경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정부의 고시 강행은 뼈저린 반성을 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비난하고 수만 명이 참가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때처럼 또다시 서두름으로서 그 반발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조급함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럴 경우 반등하던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다시 추락할 것이고 식어가던 촛불집회 열기는 살아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정 혼란이나 정국경색의 책임은 국민과의 소통을 또다시 외면한 채 고시를 서두른 정부와 여당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