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발인식이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이인원 부회장은 지난 26일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 관련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경기 양평군 한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박종민 기자)
롯데그룹 비자금 관련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영결식이 30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엄수됐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장례예식에는 고(故) 이인원 부회장의 아들 정훈씨를 비롯한 유족과 교회 관계자,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소 사장은 인사말에서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임직원들의 추모 행렬을 보면서 롯데그룹에서 이인원 부회장님이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어 오셨는지 새삼 느꼈다"면서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평온하게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말을 마쳤다.
약 50분 분동안 기독교 예식으로 영결식이 진행된 뒤 7시 20분쯤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나왔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영정과 함께 고인을 차량에 운구하면서 이 부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지난 27일과 29일 두 차례 빈소를 찾은 신동빈 회장은 발인에 참석하지 않았다. 조문 첫날 빈소를 찾았을 때 눈물을 쏟았던 신 회장은 이날 담담한 표정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운구차량은 서울아산병원을 출발해 그가 지난해 초 안전관리위원장을 맡아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제2롯데월드 타워를 한 바퀴 돈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식을 거행한 뒤 장지인 모란공원에서의 안장 예식을 끝으로 장례 절차는 마무리됐다.
이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43년간 근무, 요직을 두루 거치며 그룹 내 '2인자'로 불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에 이어 신동빈 회장까지 대를 이어 보좌하며 롯데그룹이 재계 서열 5위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8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5위의 대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이 부회장의 자리를 누가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수사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의 유고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인사 때마다 거론돼온 후보는 소진세 사장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황각규 사장이다.
소 사장과 노 사장은 40년 가까이 비슷한 경력을 밟아온 자타 공인의 '라이벌'이다. 1969년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한 고교 동창으로, 소 사장이 1977년 롯데쇼핑에 입사하고 바로 2년 뒤 노 사장도 롯데쇼핑에 들어왔다.
이후 롯데백화점 본점장-잠실점장, 롯데슈퍼 대표-롯데마트 대표 등 요직을 나눠 맡으며 경쟁 관계 속에서 지금의 '유통 1위' 롯데의 뼈대를 만들어온 주인공들이다.
황 사장은 노 사장과 같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1995년 신 회장이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자리에 오를 때 같은 기획조정실의 국제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측근이다. 20여년간 그룹 본사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 등을 성사시키며 기획·추진력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3인 모두 검찰 수사대상이라는 점이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 과정에서 소 사장은 지난 광복절 연휴에, 황 사장은 25일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노 사장의 경우 롯데마트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손상 피해 사건과 관련, 당시 마트 영업본부장으로서 6월 11일 구속됐다. 이에 외부에 있는 제3의 인물 영입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인 만큼 인사를 서두를 계획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오너가를 제외하고 최고 자리인 부회장직을 이 부회장이 맡은 것은 43년간이나 봉직했고 임직원에게 두루 존경받을 만큼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부회장이 아니라면 그룹 부회장 자리를 굳이 유지할 당위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이 정책본부 실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부회장 공석에 따른 경영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