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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꽃할배 박근형 "쉬는 순간 죽은 목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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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근형 (배우, 영화 '그랜드 파더' 주연)

 

요즘 한국 영화가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여러분, 주연배우 하면 누가 떠오르십니까? 잘 생기고 예쁜 젊은 배우들 얼굴이 쭉 떠오르실 거에요. 그런데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이 영화의 주연배우는 그들보다 나이는 2배, 3배 많지만 매력에 있어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그런 분입니다. 바로 배우 박근형 씨입니다.

칠순을 훌쩍 넘긴 박근형 씨가 곧 개봉하는 영화의 주연을 맡았습니다. 심지어는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느와르입니다. 이 영화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오늘 월요일, 그 에너지를 좀 느껴보죠. 화제의 인터뷰, 영화 '그랜드 파더'의 주인공 박근형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근형 선생님 안녕하세요?

◆ 박근형> 안녕하세요? 박근형입니다.

◇ 김현정> 남우주연상 축하드립니다.

◆ 박근형>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사실은 이제 그 정도 연세가 되신 배우분들은 보통 공로상 가져가시잖아요? (웃음)

◆ 박근형>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공로상이 아니라 '남우주연상 박근형!' 이렇게 호명될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박근형> 정말 감사한 일이죠. 대게 이제는 공로상을 타는 건데. 공로상은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까 빨리 물러나라는 상이고. (웃음) 경쟁부문에서 이렇게 뽑힐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지금 연기 인생이 한 57년 되셨잖아요. 57년동안 많은 상들 받으셨겠지만 이번 상은 정말 느낌이 다르셨을 것 같아요?

◆ 박근형>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출범한 지 한 20회됐는데요. 금년부터 경쟁부문이 생겼어요. 그 첫해 경쟁부문에서 이렇게 좋은 상을 갖게 됐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것도 첫 회의 경쟁부문이었습니까? 와, 그러니까 다 물리치신 거예요? 요새 잘나가는 하정우니, 공유니? (웃음)

◆ 박근형> 아뇨. 그런 분들은 말고 (웃음) 외국에서 오신 분들을 좀 물리친 편이죠.

배우 박근형 씨 (사진=영화 스틸컷, 한이야기 제공)

 

◇ 김현정> 와, 대단하세요, 대단하세요. 바로 그 영화, 박근형 씨한테 남우주연상을 선사한 그 영화가 '그랜드 파더' 아직 개봉 전인데요, 어떤 역할을 맡으신 겁니까?

◆ 박근형> 월남참전용사이면서 고엽제 피해를 앓고 있고 알콜 중독에 거의 젖어 있는 할아버지입니다. 가족들 하고 단절하고 산 지가 한 수십년 되는데 아들이 죽었단 전화를 받고 손녀를 만나게 됩니다. 손녀를 여러 가지로 돌보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자기 아들이 자살하지 않고 아마 타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주 분연히 일어나서 자기 혈육을 지키기 위한 응징을 시작을 합니다.

◇ 김현정> 그 할아버지가 응징을 시작하나요?

◆ 박근형> 네. 망치를 들고 맥주캔을 들고, 응징을 하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액션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요?

◆ 박근형> 네, 열심히 했습니다. 대역을 쓰지 않고 저 혼자 다 하기는 했는데요.

◇ 김현정> 전부 다요?

◆ 박근형> 네, 네.

◇ 김현정> 제가 듣기로는 촬영 도중에 응급실도 실려 가셨다면서요.

◆ 박근형> 네. 공간이 좁은 곳에서 촬영하다 보니까 어렵게 사는 사람들 집에서 찍어야 되니까. 열이 뭐, 한 여름에 찍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좀 이제 고통을 한 두어 번 정도 당했는데. 그냥 가서 치료하고 바로 와서 또 촬영을 했습니다.

배우 박근형 씨 (사진=영화 스틸컷, 한이야기 제공)

 

◇ 김현정> 선생님께서 진짜 배우시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연기 인생 57년. 배우 박근형 씨,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떠올려 보면 참 재벌 회장님 역할 많이 하셨어요?

◆ 박근형>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굴지의 대기업은 다 거느려 보셨죠? (웃음)

◆ 박근형>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 후보까지도 해 봤습니다. (웃음)

◇ 김현정> 대통령은 못하셨어요?

◆ 박근형> 전에 한 번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하고요. 왕도 해 보고요.

◇ 김현정> 그 많은 역할들, 다양한 역할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역할은 어떤 거 떠오르세요?

◆ 박근형> 영화로 하면 저희가 1980년대에 했던 이병주 소설가, 이병주 씨의 ‘망명의 늪’이라는 영화가 있었고요. 그게 좀 아까운데 그게 세상에 이렇게 드러나지를 못했죠, 사회 고발 드라마여서요.

◇ 김현정> 그렇군요.

◆ 박근형> 그리고 나중에 제가 나이 먹어서는 드라마 '추적자'가 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 김현정> 아니, 젊은 시절에는 옆에 동료배우 보면서 역할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러신다고들 하더라고요. '저 친구는 저렇게 막 예쁜 여배우하고 로맨스 찍는데 나는?' 이런 생각해 보신 적은 박근형 선생님은 없으세요?

◆ 박근형> 제가 그건 제일 많이 한 것 같은데요? 왜 그러느냐 하면 저희가 연극을 하고 그러던 시절에는 둥근달 같이 덕이 있어 보이는 얼굴을 선호하던 때고, 저같이 깡마르고 까무잡잡하고 서구적인 얼굴을 가진 사람은 별로 환영받지를 못했어요. 그래 가지고 시대가 바뀌니까 점차 저의 얼굴 같은 계란형을 선호하다가 요즘에는 세모꼴형으로 이렇게 딱 바뀌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박근형 선생님, 57년 중에 1년 이상 쉬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이야기를 제가 들었어요.

◆ 박근형> 제가 이제 1년에 한 편이나 두 편은 계속 하고 있었다는 거죠.

◇ 김현정> 아니, 지칠 때는 없으세요? 이제는 좀 나도 쉬면서 여행 다니고 싶고...

◆ 박근형> 아니죠, 쉬면 안 되죠. 쉬면 죽은 목숨이 되죠. 저는 지금도 어렸을 때처럼 꿈이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꿈이 있으세요?

◆ 박근형> 나이가 먹어서도 내가 해볼 수 있는 역할을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제 상상력을 동원해서 다 해보고 싶죠.

◇ 김현정> 와, 정말 부럽네요. 정말 행복한 분이십니다.

◆ 박근형> 네, 정말 행복합니다.

◇ 김현정> 이제 그 영화, 주연한 영화 '그랜드 파더' 8월 31일 개봉이면 며칠 안 남았는데요. 어떻게 뭐 어떻게 조금 더 설레세요, 어떠세요?

◆ 박근형> 한 1000만 되기를 바라는데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고, 아주 작은 영화기 때문에. 그래도 끊임없이 장기적으로 보아져 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은 있죠.

◇ 김현정> 1000만 못 들라는 법도 없습니다? (웃음)

◆ 박근형> (웃음) 자다가 벌떡 일어나야 될 일이죠.

◇ 김현정> 저도 기대하고요. 꼭 보러가겠습니다.

◆ 박근형>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박근형> 네, 안녕히 계세요.

◇ 김현정> 올해 77세입니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당당히 탄 배우, 박근형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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