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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에 묻는다] "사과 보고 배라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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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택광 (경희대 문화학과 교수)

영화 덕혜옹주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금 승승장구 중입니다. 하지만 역사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죠. 실제 덕혜옹주가 '조선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가, 그래서 영화속에서처럼 정말 적극적으로 행동을 했는가' 이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요.

어제는 저희가 영화 덕혜옹주의 원작자 권비영 작가와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권 작가는 '실제 덕혜옹주의 삶과 영화가 큰 괴리가 없을 뿐더러 창작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이런 주장을 폈었죠. 하지만 역사 왜곡을 지적하는 측에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늘 반론 인터뷰 준비했습니다.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문화학과입니다. 이택광 교수 연결을 해 보죠.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택광>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교수님은 이 덕혜옹주라는 영화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택광> 사실 한국에서 항상 아주 전제로 볼 수 있는 그런 역사를 다룬 영화리고 생각이 들고요. 그 말은 무슨 말인가 그러면 역사극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사실 지금 현재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내용들을 전달하려고 하는 그런 영화에 가깝다.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유사 역사를 만들어 가지고 어떤 지금 현재 관객들이 원하는 그런 내용들을 제시하는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죠.

◇ 김현정>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지금 제시하고 있다?

◆ 이택광> 그렇죠.

◇ 김현정> 하지만 영화라는 게 어차피 허구가 어느 정도 들어가는 거고, 창작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 너무 역사적인 잣대로 보는 거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택광> 사실 이제 그게 논란이 될 수가 있는데요. 하지만 사과를 가지고 배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물론 이제 외국 같은 경우 할리우드 같은 경우도 역사적 소재를 가지고서 그런 판타지를 만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보면 장르가 다른 것이고, 판타지죠. 그래서 역사적 사실들을 재해석 하고자 하는 그런 관점들이 달려야 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그런 실증적인 증거들도 사실 있어야 돼요. 그래야지만 그게 이제 설득력을 가지는 건데, 그렇지 않았을 때는 어떤 유사 역사성과 실제역사 사이의 어떤 그런 혼돈 그걸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굉장히 의문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 김현정> 사과를 갖다가 사과에 조금 색깔을 바꿔 본다든지 예쁘게 포장을 해본다든지 이럴 수는 있지만. 사과를 갖다 놓고 배라고 해석하는 건 이건 지나친 해석이다, 왜곡이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이택광> 그렇죠. 덕혜옹주가 갑자기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마술을 부린다 이러면 가능한데요. 이걸 역사극이라고 해놓은 상태에서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그런 영화라고 한다면 아무리 역사 왜곡 논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또 그것은 관객들에게 역사에 대한 잘못된 판단들을 유도할 수가 있죠. 그런 것들을 우려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 작가, 이 소설,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인 권비영 씨는 '덕혜옹주를 통해서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일제에 의해서 또 이승만 정부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도외시 되어왔던 소외되어 왔던 시절이 대한제국인데 이렇게 덕혜옹주라는 인물을 꺼내서 국민들의 관심사 위에 올려놓으면 대한제국 자체가 재조명 되지 않겠는가 이것은 상당한 의의을 가진다,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 이택광> 그게 이제 물론 작가분이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는 과연 대한제국이라는 나라가 역사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가치 어필을 할 수 있는 그런 진보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느냐라는 겁니다. 일본 제국주의에게 어떻게 보면 참패를 당했던 것이고요. 거기에 관련된 여러 가지의 어떤 반성들은 저는 있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것이 영화 속에서 과연 제대로 그려지는가라는 것은 사실 그 영화의 어떤 질과, 어떻게 보면 영화의 어떤 그런 예술적인 사실과 관련이 된 문제죠.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실제 덕혜옹주 (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 김현정> 얘기를 조금만 넓혀보죠. 지금 이 덕혜옹주처럼 역사적인 논란에 휩싸인 영화들이 몇몇 있었거든요, 요 사이에. 좀 생각해 봐야 할 영화 뭐가 있을까요?

◆ 이택광> 최근에 이제 여러 가지 이런 경향이 짙어졌는데요. '활'도 있었고요. 최근에 된 것은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것은 '명량'이죠. 물론 난중일기에 묘사돼 있는 그런 방식대로 그렸다고 하지만 거기에는 사실 우리가 생각했던 조선시대에서는 나올 수 없는 그런 대사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 김현정> 어떤 거 기억나세요?

◆ 이택광> 예를 들어서, 거북선을 열심히 노를 저은 민병대라고 하는 의병들이 이런 말 하지 않습니까?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걸 알아 줄까요?' 이런 말을 하는데. 사실 그런 것도 조선시대 맥락에 맞지 않죠.

◇ 김현정> 그런가요? 저는 보면서 못 느꼈는데.

◆ 이택광> 그냥 조선시대에는 사실 그런 국가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민, 국가, 후손 이런 게 아니라 이런 건 다 근대에 만들어진 것들이고.

◇ 김현정> 그렇군요.

◆ 이택광> 조선시대의 국가라는 개념은 사실 조정을 뜻하는 거죠. 왕가를 호위하는 문제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임진왜란이 가지고 있는…. 저는 명량이라는 영화를 비롯해 가지고 수많은 어떤 이순신 영화를 보고 자랐지만 한 번도 임진왜란과 관련된 국제적 관점에서 어떤 전쟁사적 관점에서 이 소재를 다루는 영화를 본 적이 없어요, 한국에서. 이렇게 대충 대중들이 이렇게 만들면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 가지고 영합주의적인 그런 어떤 태도들이 명량에도 드러났고요. 그런 것들이 저는 어떤 역사왜곡이라는 어떤 문제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말씀하신, '대중들이 요새 그러면 보고 싶어하는 것' 그게 뭡니까?

◆ 이택광> 사실 저는 한국 사회의 담론을 둘로 나누고 있는 것은 이른바 세계시민론이라는 것이 있고 민족주의가 저는 있다고 보고요. 세계시민이 되든지 아니면 이른바 한반도에서 우리끼리 잘 사는 어떤 민족이 되는 거죠. 이 두 가지 담론에 저는 부딪치고 있다고 봅니다.

◇ 김현정> 지금 대중들은 어느 쪽이에요? 어떤 걸 더?

◆ 이택광> 아무래도 절대 다수들은 세계시민이 되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영어도 공부해야 되고 또 세계 시민의 에티켓도 익혀야 되고요. 이런 것들이 상당히 피곤해지는 건데요,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것도 해야 되니까. 그것을 극복하고 싶은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은 우리의 어떤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우리가 이런 참 훌륭한 것이 있었지라고 생각이 된다는 거죠.

◇ 김현정>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거군요. 지친 스스로를?

◆ 이택광> 민족주의나 이런 게 나쁘다고 말씀 드리는 게 아니라, 그것이 대중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란 거죠. 그 현실이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머물면 안 된다는 거죠. 거기에 머물게 되면 히틀러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또 무솔리니가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계속 자존감만 높여주게 됩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 이택광> 사실 그 자존감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어떤 존재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들을 잘 이렇게 유도할 수 있는 또는 그것과 같이 이렇게 우리를 성찰할 수 있는 어떤 힘을 줄 수 있는 그렇게 전문화가 되어야 겠죠.

◇ 김현정> 짧은 시간인데 오늘 대중문화 인문학 강의 들은 느낌입니다.

◆ 이택광> 너무 어려운 말을 했나요? (웃음)

◇ 김현정> (웃음) 아니요, 생각해 볼 지점을 잘 정리해 주셨고요. 화두를 던져주셨네요. 우리 영화, 이렇게 우리를 그냥 보는 두 시간 동안 우리를 만족시키는 영화에서 머무를 것인가, 한발 더 나아갈 것인가. 영화인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택광> 감사합니다.

◇ 김현정> 경희대 문화학과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의 이택광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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