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들의 섬' 스틸컷(사진=시네마달 제공)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부산 영도에 있는 한진중공업 조선소 노동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들의 섬'이 25일 개봉한다.
"꿈에 그리던 '조선소맨'이 됐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했던 설렘과 기쁨은, 상상 그 이상의 처절한 환경 탓에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쥐똥 도시락을 앞에 두고,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동료의 죽음 앞에서 무기력했던 우리들은 1987년 7월 25일, 드디어 울분을 터뜨리고 비로소 인간의 삶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들의 일터는 변함없이 서러웠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동료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했고, 309일 동안 고공생활을 견뎌야 했다. 그런 고된 시간 속에서도 절망의 그림자가 변하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서러운 일터에서 그림자처럼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을 앞두고 최근 열린 영화 '그림자들의 섬' 언론시사회에는 연출을 맡은 김정근 감독을 비롯해 영화에 출연한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진숙·박성호·윤국성·박희찬 씨가 작업복을 입고 참석했다.
김 감독은 "정부나 회사라는 외부환경에 의해서 평범하고 소박했던 노동자들이 어떻게 변화하게 됐나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인터뷰 형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뉴스에서 단발적으로 소비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데, 그 모습만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주인공들 본연의 얼굴을 관객분들이 보시고 찬찬히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인공 박성호 씨는 "영화를 처음 볼 때보다 두 번째 보니까 의미가 더 있었고, 와닿는 말이 많아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국성 씨는 "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며 "그간 심적으로 지친 상황이었는데, 다시금 열심히 할 의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숙 씨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극중 대사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에 담긴 의미를 묻는 질문에 "민주노조에 남아 있는 조합원들은 요즘처럼 휴업, 정리해고 이야기가 들릴 때 가장 먼저 두려움에 떤다. 하지만 더 괴로운 사람은 복수노조로 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회장의 시신을 운구 했던 그 손으로 민주노조 탈퇴서를 쓸 때는 어떤 마음이었겠느냐. 그럼에도 같이 도모했던 그 기억들을 잊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건 그 기억들을 스스로가 속이지 말자는 얘기였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박희찬 씨는 최근 불거진 조선업계의 대량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사실상 해고를 하는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적극적으로 이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비롯해 삼성에어컨 수리기사 추락사고 등 전체 노동환경이 열악해진 지금의 노동현실을 바꿀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 그게 중요할 것 같다"고 역설했다.
박성호 씨 역시 "최근 비정규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의 연대는 더 힘든 문제다. 정규직, 비정규직을 나누지 않고 서로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