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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조 들어가자마자 "사람살려" 외마디 비명뒤 의식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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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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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착용 안했다가 순식간에 참변…안전 매뉴얼 지키지 않아

(사진=자료사진)

 

20일 오후 3시 15분께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유제품 생산 업체에서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권모(46)씨는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정화조 점검에 나섰다.

이날 청주는 낮 최고기온이 36.3도를 기록하는 등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권씨는 산소 호흡기 같은 안전 장비 없이 맨홀 뚜껑을 열고 지하에 매설된 정화조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숙소가 있는 공장 별관 건물의 인분·폐수 등이 모이는 이 정화조에는 성인 발목 높이까지 오물이 차 있었다.

정화조에 들어서자마자 유독 가스를 흡입한 권씨는 "사람 살려"라고 소리 지른 후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여름철 정화조는 기온 상승으로 미생물이 번식하고 암모니아가스나 일산화탄소 등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 말 그대로 '죽음의 공간'이다.

인근을 지나다가 비명을 들은 이 공장 생산직 직원 3명이 정화조로 달려왔다.

밀폐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려면 유해가스 농도를 미리 측정하고 환기 설비를 가동해 유독가스를 빼낸 뒤 호흡용 보호구 등을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명 소리를 듣고 동료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경황이 없었던 금모(49)씨와 박모(44)씨는 안전 장비 없이 정화조로 뛰어들었다.

지하 정화조로 들어서자마자 유독 가스를 마신 금씨 등 2명 역시 권씨와 마찬가지로 "가스 가스"라고 소리를 지른 후 속절없이 의식을 잃었다.

비명을 듣고 금씨, 박씨와 함께 정화조에 왔다가 밖에서 대기하던 또 다른 직원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권씨가 정화조에 들어간 지 불과 7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119 구급대는 신고 접수 3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유독 가스가 가득한 정화조에 섣불리 진입할 수 없었다.

청주 서부소방서에서 약 10분 뒤 안전 장비를 갖춘 구조대가 도착하고 나서야 본격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구조대원이 정화조 내부에 진입했을 때 권씨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금씨와 박씨는 의식을 잃은 채 주저앉아 있었다.

구조대원은 "근로자 3명 모두 의식과 호흡이 없었으며,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권씨와 금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찾지 못하고 숨졌다.

박씨는 심폐소생술 끝에 의식을 되찾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고가 난 공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 실시 여부와 안전 장비를 제대로 갖추었는지 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 수칙을 숙지했을 것으로 보이는 시설 담당 직원인 권씨가 보호 장비 없이 정화조에 들어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업체 측 과실이 확인되면 형사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질식 재해로 2011년 14명, 2012년 20명, 2013년 31명, 2014년 15명, 지난해 12명 등 최근 5년간 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방심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 들어갔다가 당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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