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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구원의 전사, 카잔자키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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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카잔자키스 이야기 잔치, 8월 27일

 

"믿기는 했지만, 성자들이 너무 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신 앞에서 자꾸 머리만 조아리며 설설 길 뿐이었다. 내 몸속에서는 크레타의 피가 끓어올랐다. 크레타의 피를 확실히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나는 참된 인간이란 아무리 곤경에 처했어도 신의 앞에서까지도 저항하고, 투쟁하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정을 내렸다."
- 니코스 카잔자키스, 《영혼의 자서전》에서

'제8회 카잔자키스 이야기 잔치'가 그의 작품 《영혼의 자서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번 잔치는 8월 27일(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다.

이 이야기 잔치는 '한국 카잔자키스 친구들'(회장 유경숙/소설가)과 한국그리스협회(회장 유재원/한국외국어대 그리스학과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매년 진행해오고 있다.

터키의 식민지였던 그리스에서 태어나 조국 그리스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끊임없이 추구했던 카잔자키스.

그가 태어나서 죽기까지(1883-1957) 74년 생애 동안, 카잔자키스는 자기 작품의 주인공들과 함께 자유를 향해 노를 저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비롯해 《미할리스 대장》, 《전쟁과 신부》, 《성자 프란체스코》, 《최후의 유혹》,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다[수난]》, 《오디세이아》, 그리고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영혼의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그는 쉼 없는 항해를 이어갔다. 그에게 정박한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죽음’이었으니, 그가 《영혼의 자서전》을 끝내지 못하고 미완성작으로 남긴 것 또한 이해할 만하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끝나지 않는 여정’이야말로 그가 꿈꾼 ‘자유로부터의 자유’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는 이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배에 오름으로써 《영혼의 자서전》의 마지막을 써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 이야기잔치가 주목한 《영혼의 자서전》은 제목부터 다양한 해석으로 이끈다. 이 책의 원제는 Report to Greco(Αναφορά στον Γκρέκο)이다. 이 원제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레코에 대한 보고서”, 또는 “그레코에게 보내는 보고서”. 엘 그레코는 그리스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카잔자키스보다 300년 앞선 크레타 섬 출신의 스페인 화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를 가리킨다.

먼저 “그레코에 대한 보고서”로 읽어낸다면, 이 책은 한 사람의 그리스인인 카잔자키스 자신의 자서전인 동시에 조국 그리스의 근대사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터키의 지배를 받던 식민지시기를 거쳐 독립의 기쁨을 맛보았지만, 내전으로 빠져들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당대의 모든 그리스인들. 카잔자키스는 그들 모두와 함께 ‘자유와 구원’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있었고, 이 책은 간단치 않은 근대의 바다를 건너온 그 항해일지를 담은 것이다.

원제를 또 다른 관점에서 “그레코에게 보내는 보고서”로 해석하면, 이 책은 자신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헌사(獻詞)인 동시에 그리스인들은 물론이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여행길에 나선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복된 소식으로 확장된다. “구원으로부터 구원받기 위해” 그리고 “자유로부터 자유를 누리기 위해”, 카잔자키스와 함께 자유를 갈구하는 항해자들은 사람·철학·종교·열정 같은 세이렌(Seiren)의 노래에 빠져들었다가도 이내 방향키를 다시 잡고 고향(구원/자유)으로 향한다.

이처럼 제목부터 의미가 고정되지 않은 《영혼의 자서전》은, 책을 읽는 이들로 하여금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는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노를 젓게 한다. 단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카잔자키스가 평생 자신의 옆을 지키던 오디세우스를 결국 떠나보냈다는 것이다. 그 카잔자키스는 이제 우리 각자를 돌아보며 카잔자키스 자신마저 떠나보내라고 요구한다. 《영혼의 자서전》이라는 배를 떠나 자기 배에 올라 스스로 방향키를 잡으면 어떠냐고 묻는 카잔자키스. 그를 떠나보내며 마련한 이 잔치가 자유를 향해 떠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번 잔치에서는 카잔자키스의 생애를 담은 영상에 이어, 우리나라 최고의 그리스 전문가 유재원 교수가 “정교회는 니코스 카잔자키스를 파문했는가?”라는 도발적인 메시지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어서 다양한 분야의 발표자들이 《영혼의 자서전》과 소통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1부에는 홍기돈(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평론가)과 정현기(문학평론가)의 발표가 진행되고, 2부에는 이호준(출판사 북촌 대표)·노성두(서양미술사학자)·백경훈(여행작가/시인)·이로 가소타키 가토풀루(한국외국어대 그리스학과 교수)의 발표가 이어진다.

3부에는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이 카잔자키스 친구들과 함께 준비한 “영혼의 자서전 입체낭독”이 이어지며 우한용(서울대 명예교수/소설가)이 좌장
이 되어 진행하는 종합토론을 끝으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된다.

그리스전문가는 물론이고 문학평론가·미술사학자·시인·연출가·출판인 등이 ‘그리스’와 ‘카잔자키스 문학’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소통하기에 이 잔치는 독특하고 흥겹다.

《그리스인 조르바》로 전 세계 수많은 자유인들과 소통했던 카잔자키스가 세상을 떠난 지 60년을 바라보는 해에, 많은 사람들이 자유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목 : 제8회 카잔자키스 이야기잔치
일시 : 2016년 8월 27일 토요일 09:30 ∼ 17:00
장소 : 대학로 “예술가의 집”
문의 : 02-364-0325

프로그램

[1부] 09:30~12:30 (사회: 최옥정/소설가)

1) 영상으로 보는 카잔자키스의 생애: 카잔자키스 박물관 제공
2) 개회사 : 유경숙('한국 카잔자키스 친구들' 회장/소설가)
3) 정교회는 니코스 카잔자키스를 파문했는가?: 유재원(한국그리스협회 회장, 한국외대 그리스학과 명예교수)
4) 제1발표 : 홍기돈(가톨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평론가) – 심연 위 ‘아슬아슬한 다리’ 위에 펼쳐진 부단한 투쟁의 기록
5) 제2발표 : 정현기(문학평론가) - 조국과 역사, 자기자랑의 글쓰기

점심 및 휴식 12:30~14:00

[2부] 14:00~16:00 (사회: 김혜진/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

6) 제3발표 : 이호준(출판사 북촌 대표) – 카잔자키스를 떠나보내고 나홀로 여행길에 서다
7) 제4발표 : 노성두(서양미술사학자) – 엘 그레코의 그림 속에 숨은 비밀
8) 제5발표 : 백경훈(여행작가/시인)- 신을 향한 탈출(‘덧없는 하나의 꿈, 불타는 매혹의 환상’)
9) 제6발표 : 이로 가소타키 가토풀루(한국외대 그리스학과 교수) -《영혼의 자서전》이 오늘날 그리스에 끼친 영향

[3부] 16:00~17:00

10) 입체낭독 : 《영혼의 자서전》 (연출: 김석만/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 교수)
출연 : 문형주(연극배우), 김경래(한그리스협회 부회장) 백경훈 외
11) 종합토론 : 좌장 우한용(서울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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