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19일 오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지난 1993년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겨 내부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윤창원 기자)
경찰청장 후보자가 과거 음주 교통사고 후 경찰 신분을 속였던 사실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나 일파만파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이 의원들의 조사나 언론사 취재가 아니라 이철성 후보자 본인의 실토로 밝혀진 점이 이채롭다.
19일 청문회에서 이철성 후보자는 "경찰 신분으로 사고를 낸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경찰이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에 청문회장은 발칵 뒤집혔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경찰청장으로 부적격인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청문회 중단까지 요구했고, 여당 의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시 신분을 감쳤는지 밝혔는지 의원들의 추궁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 후보자는 왜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스스로 고백했을까?
자신이 23년 전인 1993년 11월 일으킨 음주 교통사고로 경찰에서 징계를 받은 기록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본격적인 질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징계 기록을 제출하라"고 이 후보자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그렇게 큰 음주 사고를 내고도 이 후보자가 어떤 징계를 받았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음주 사고는 이 후보자 본인의 승용차를 폐차해야 했을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컸다.
이 후보자에 대한 경찰 징계가 없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이 후보자가 징계 기록을 제출하지 않는 걸 의원들은 이해할 수 없던 것이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정말 징계 기록이 없고 그 까닭이 자신이 당시 경찰 신분을 숨겨 경찰에서 징계를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한 것이다.
의원들의 징계 기록 제출 압박을 모면하고자 한 해명인데 그 해명이 오히려 파문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이 후보자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의원은 "이 후보자는 음주 사고를 내고도 신분을 속여 경찰청장 후보자가 되고 다른 많은 경찰은 신분을 밝혀 강등을 당하고 옷까지 벗었다"며 이 후보자를 질타했다.
이어 장 의원은 "이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앞으로 후배 경찰이 음주 사고를 냈을 때 징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 입에서 "제가 그런 사고를 낸 사람으로서 근무 기강을 세울 수 있을지 송구하다"는 말이 나왔다.
과연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경과보고서가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