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한봉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이 14일(현지 시각)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75kg급 16강전에서 판정 논란 끝에 김현우가 패하자 눈물을 쏟는 모습(왼쪽)과 김현우가 동메달을 따낸 뒤 오열하는 모습.(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8 · 삼성생명)의 올림픽 2연패가 좌절된 14일(현지 시각) 브라질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 이날 김현우는 남자 그레코로만형 75kg급 16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석패했다.
김현우는 라이벌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 대결에서 3-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극적인 가로들기 기술을 성공시켰다. 상대의 배가 하늘을 향한 완벽한 기술이었다. 4점을 얻어 역전승을 이룰 판이었다.
하지만 심판은 2점만 인정했다. 안한봉 감독은 즉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챌린지 실패로 상대가 1점을 더 받아 5-7 패배를 안아야 했다.
안 감독은 매트 위로 뛰어올라 항의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레드 카드였다. 박치호 코치와 함께 경기장에 들어올 수 없는 징계를 받았다.
김현우 선수가 14일 오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32강전에서 러시아 로만 블라소프에게 편파판정으로 패, 안한봉 감독이 항의를 하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경기 후 안 감독은 매트 위로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감정이 격해진 안 감독은 16강전 뒤 세계레슬링연맹에 이의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남은 선수들의 경기에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우려로 참아야 했다.
그러나 김현우와 안 감독은 주저앉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 패자부활전을 거친 김현우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값지게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66kg급 금메달에 이은 쾌거였다.
메달 확정 뒤 안 감독은 "정말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현우에게 얘기를 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실 그런 일을 겪고 난 뒤에는 투기가 꺾여 다시 심신의 컨디션을 찾기 쉽지 않은데 현우라 해냈다"고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김현우는 부상까지 입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상대 옆굴리기 때 오른 팔로 매틀를 짚고 버티다 팔꿈치 탈골이 되면서 인대가 손상된 것. 그러나 김현우는 2회전 기어이 승부를 뒤집어 메달을 확정했다. 안 감독은 "다른 선수들 같으면 경기를 포기했을 테지만 현우라서 이겨냈다"고 칭찬했다.
김현우 선수가 14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서 크로아티아 보조 스타세비치를 누르고 동메달을 따냈다. 김현우 선수 경기가 끝난뒤 울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안 감독은 "정말 4년 동안 2연패를 하기 위해 올림픽만 보고 열심히 해왔는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제자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안 감독은 16강전 뒤 매트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은 데 대해 "사실 경기 후 무릎을 꿇고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면서 "그래서 경기 결과가 바뀐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사제가 부둥켜안고 울었다. 안 감독은 "현우가 울면서 '죄송하다'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내가 힘이 없어서 더 미안하다'고 하면서 함께 울었다"고 말했다.
세계레슬링연맹(UWW)을 휘어잡은 러시아의 힘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박 코치는 "심판 40명 중 25명이 구소련계"라면서 "러시아의 힘에 판정이 좌우된다"고 꼬집었다. UWW은 세르비아 출신 네나드 라로비치 회장과 러시아 출신 실무부회장 등이 전권을 쥐고 있다.
안 감독은 66kg급 류한수(28 · 삼성생명)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안 감독은 "한수도 현우의 경기를 보고 경각심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어쨌든 금메달을 따려면 러시아 선수를 넘어야 하는데 더 완벽한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