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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한 변형의 시대, 위기야말로 '희망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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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16년 한국은 참으로 '다이나믹 코리아'다. 현재 한국사회는 광우병, 세월호, 옥시를 넘어 또 다른 지옥도를 그려나간다. 지난 5월에는 강남역에서 20대 여성이 한 정신분력 병력이 있는 한 남성에 의해 이유도 없이 피살됐고,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고치던 20대가 어처구니없이 숨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하나 같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런 사건들이 새로운 건 아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이런 류의 사건들은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들 사태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반응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서 비롯된 광우병 파동만 해도 그것이 그렇게 오랜 시간 전 국민적인 이슈로 발전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사태였다. 옥시 사태나 강남역 살인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같으면 불운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었을 일들이 전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신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저자 허 경은 그 이유로 합리성의 기본적인 인식 틀이 바뀐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덕성과 합리성 자체가 시대와 공간에 의해 구성되는 것으로,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합리성이나 도덕성은 없다. 그 전에는 별일 아니던 세월호와 옥시, 강남역 등의 사태가 이젠 이슈가 된 이유는 사회적 약자와 희생자에 대한 관심으로 볼 수 있다. 담론의 중심이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통치자에서 피통치자로 이동한 것이다.

그럼 새로운 도덕성, 합리성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내가 나름의 도덕성, 합리성을 구성하듯이 각각의 사람들은 각각의 합리성을 구성한다. 너와 나 각자의 합리성, 도덕성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이는 일반화해 미리 규정할 수 없으며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아니 대화하는 과정에서만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니 보편적 진리에 대한 일방적인 확신, 혹은 독점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다.

칸트에 따르면 혁명이란 삶과 사고의 기본적 기준, 가치가 모두 바뀌는 것이다. 보편성과 합리성에 대한 정의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합리성의 형성 과정에 기존의 것과는 다른 ‘약간’의 균열이 생겨났다. 광우병과 세월호와 옥시와 강남역을 지나며 모든 것은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이 ‘조금’, 이 ‘약간’의 변화는 작고 미약하나 우리의 인식과 실천을 지배하는 지층 자체가 겪고 있는 거대한 변화를 알려주는 증거들이다. 이들 증거로 미루어 현재 대한민국은 실로 거대한 인식론적, 정치적 변형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임계점을 넘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이제까지 그럴 수도 있던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이제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진 것이다.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리다! 변형과 위기의 시대, 혁명의 시대다. 그리고 이 거대한 변형의 시대, 위기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원한다면, 우리가 연대해 행동한다면, 우리의 합리성으로, 우리의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허경 ,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지음 / 길밖의길 / 138쪽/ 6,000원

'대안연구공동체 작은 책-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 2차분은 앞에 소개한 허 경의 저작 이외에 다른 저자들의 저작 3권이 함께 출간되었다.

 

'웃지 마, 니들 얘기야 잊힌 룸펜 흙수저와 문화자본가로 전락한 좌파' 에서 다루는 흙수저, 이른바 룸펜 프롤레타리아트는 정치와 경제적, 사회 문화적으로 박탈당한 이들을 총칭하는 용어다. 자본주의에서 약한 존재로 가정이나 사회, 정치에서 사라져가고 있으면서도 여론몰이에서 좌우로 이용당하고 있는 존재들의 현재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이론과 아도르노의 문화산업이론, 그리고 푸코의 권력 이론에 기대어 체제의 유연화 문제에 주목한다.

장의준 ,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지음 / 길밖의길 /128쪽/ 6,000원

 

'재벌이 뭐가 문제인데?'는 만연하는 재벌들의 문제행위에도 불구하고 옹호하는 이들에게 반박의 형식을 취하는 책이다. 이 책은 상다수 재벌이 친일과 친미로 불하받은 공유 재산에서 초기 자본을 만들고 박정희 정권을 비롯한 역대 정권의 특혜로 성장했다고 적는다. 이어서 재벌은 주거와 교육, 의료 등 우리 삶의 전반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지배한다고 말하며 재벌 개혁이 단지 편법 탈법 경영에 메스를 가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세습 형태, 소유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넘어서는 관점에서 보는 눈을 갖고 재벌의 실상을 바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어진 , 대안연구공동체 (기획) 지음 / 길밖의길/ 112쪽/ 6,000원

 

'나랑 같이 놀 사람, 여기 붙어라'는 디지털 기술의 힘으로 기계가 인간의 정신적, 지적 능력을 대신하는 '제2기계 시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해 '기계인간이 인간을 넘어서 인류를 지배하는 때가 올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미 우리는 과학 기술의 도움으로 정신적, 육체적인 질병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졌으며 생명 연장술, 인체 냉동 보존술 등을 통해 죽음까지 극복하려 한다. 이에 이 책은 포스터휴먼 시대를 맞이하며 윤리적, 도덕적 차원의 질문,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강조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 고민을 함께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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