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밀러의 신간 '연애 망치는 남자'는 사랑이라는 불가항력 앞에서 치른 또 다른 갈등과 극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지금껏 살아온 삶이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는 것과 같았다고 고백한다. 지성의 가면, 유머의 가면을 쓰면 사람들이 환호하며 갈채를 보냈지만 진짜 사랑, 진정한 친밀감을 생각하면 끔찍하게 두려웠다. 그러던 그에게 벳시라는 만만치 않은 여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사랑이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친밀함을 향한 여정에서 밀러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연약함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우리가 상상 이상으로 약한 존재임을 이해할 때,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며 서로 비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연약함의 은총이 시작되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
밀리언셀러 '오두막'을 쓴 폴 영과의 일화. 돈 밀러는 평소 친분이 있던 폴 영에게 어떻게 그토록 개방적이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느냐고 묻는다. 폴의 대답은 ‘솔직하고 약점을 감추지 않는 태도’와 ‘그 어떤 것도 감추지 않는 관계’다. 놀랍게도 폴은 자신의 외도로 가족이 고통받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힘겹게 용서를 빌고 지난한 회복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결국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게 한 것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약점을 인정한 태도였다.
우리는 쿨하고 웃기게 자신을 포장하라고 부추기는 세태에 지쳐 있지는 않은가. ‘군중 속의 소외’라는 말에 공감하는 당신이라면, 영혼을 식히는 부드러운 바람처럼 당신을 변화시킬 ‘밀러’표 이야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이 책은 OST가 있습니다. Matt Wertz, Katie Herzig, Jon Foreman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함께 들어보세요. www.scaryclose.com에서 무료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
어쩌면 인간은 사랑을 수신하는 예민한 안테나가 아닐까.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을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자주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사랑에 대한 뒤틀린 갈망이 성공의 동력이 된 사람은 없을까. 그들이 박수갈채를 받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참되고 친밀한 사랑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받는 건지 배운 적이 없어서.(23)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런 거짓말의 뿌리들은 같이 자란다. 이건 전부 인간의 사랑이 조건적이라는 믿음과 연결된다. 하지만 인간의 사랑은 조건적이 아니다. 어떤 사랑도 조건적이지 않다. 조건적인 사랑은 사랑을 가장한 기만이다.
나는 정말 어이없는 일로 벳시와 다투기도 했다. 벳시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고마워”나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하지 않고 나를 비하하는 농담을 했다. 벳시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었다. 나는 벳시가 웃지 않자 오기가 생겨서 같은 농담을 반복했다. 벳시는 마음이 상했다.
“재미없어.” 벳시가 말했다.
“재밌잖아.” 내가 응수했다.
“아니야, 돈.” 벳시는 에돌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자기는 내 말을 믿지 않잖아. 그건 멍청한 짓이야.”(65)
등산이나 항해를 하는 것보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게 어째서 더 두려운 걸까. 등산을 하다가 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항해를 하다가 물에 빠질 수도 있지만 마지막에는 여전히 산과 바다를 정복한 대장부로 남는다. 죽든지 살든지 나는 여전히 대장부다. 그런데 한 여자는 나를 대장부답지 못하게 만들고 말 한마디로 나를 어린애로 바꿔 놓는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서로를 지배하려고 안달을 부리는 것도 당연하다. 관계란 때로 감정적으로 서로를 부둥켜안는 동시에 상대를 파괴하는 일처럼 보인다.(122)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훨씬 더 좋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자신을 몹쓸 사람이라고 믿는 바람에 사랑할 수 있는데도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p 157)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제리 맥과이어가 도로시 보이드에게 그녀가 자신을 완전하게 한다(You complete me)고 말하는 장면은 유명하다. 그 장면은 대유행을 일으켰고 커플들은 커피숍이든 술집이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그 대사를 고백했다. 나 역시 그 말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철이 드니 그 관계를 다르게 부르게 되었다. 그것은 공의존이다.
나는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자보다 벳시를 사랑하고 내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건강한 사랑이지 과거의 빈곤한 사랑이 아니다. 전에는 내가 누구를 사랑하면 그녀를 떠나지 못하게 조종했다. 대개 소극적인 조종이었지만, 언제나 같았다. 나는 두려움과 가책, 수치심을 이용해 여자친구의 마음을 옥죄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사랑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상대를 구속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나의 옛 상처를 씻기 위해 여자들을 이용한 거다. 둘째는 누군가는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리라는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241-245)
사랑이 동화처럼 이뤄진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보단 농사와 같다. 농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땅을 일구고 비가 오길 기도한다. 그런데 부지런히 일하면 어느 날 곡식이 지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이것이 기적보다 더 낫다. 나는 복권에 당첨되느니 돈을 벌겠다. 이야기의 끝에 오지 않는 보상은 아무 감흥이 없기 때문이다.(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