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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악당'…복수는 옳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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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연작 단편집 『악당』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범죄 전과자 추적 조사를 하는 탐정사무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곱 개의 사건들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한편, 에피소드 전체에 걸쳐 전직 경찰이었던 탐정의 비극적인 개인사가 펼쳐지면서 장편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아들을 살해당한 노부부에서부터, 범죄를 저지른 동생 때문에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산 누나, 과거에 변호했던 흉악범이 갱생했는지 궁금해하는 변호사 등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연들 속에 녹아 있는 피해자 유족의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애수, 가해자의 복잡한 심리와 주변인물의 고뇌를 통해 독자는 ‘악당’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모종의 사건으로 경찰직을 그만둔 사에키 슈이치가 현재 근무하는 호프 탐정사무소에 한 노부부가 찾아온다. 부부는 11년 전 아들을 살해하고 소년원에 들어간 사카가미라는 남자가 사회 복귀 후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한다. 더불어 그를 용서해야 할 근거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에 사에키는 탐탁지 않아 하지만 소장인 고구레의 강요로 마지못해 사카가미의 행적을 뒤쫓고 자신이 내린 결론을 부부에게 전달한다. 사실 범죄 피해자 유족이기도 한 사에키는 제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사무소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을 대면할수록 오랫동안 맺혀 있던 응어리를 풀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게 되는데…….

『악당』의 주인공 사에키 슈이치는 열다섯 살 생일에 잔혹한 범죄로 누나를 잃었다. 범인들은 체포되지만, 가족을 잃은 충격과 상실감은 이후 사에키의 인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탐정사무소를 찾아오는 의뢰인들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일어났던 범죄의 영향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고통을 겪으며 복수, 용서, 관망 등의 선택지에서 무언가를 택하게 된다. 누나를 죽인 범인들이 사회에 복귀한 모습을 보고 복수의 결의를 다진 사에키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몰아치는 이야기는, 희망은 삶을 지탱해 주는 인간관계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결말에서 제시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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