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사진=자료사진)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시장 예상대로 현행 연 1.25%에서 동결됐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지금의 연 1.25%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6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0.25% 포인트 내린 이후 두 달째 동결이 이어졌다.
◇ 동결 배경이날 동결 결정은 시장에서 예상한 것이었다.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96%가 동결을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총재는 지난 6월 금리를 깜짝 인하하면서 하반기 우리경제가 당초 예상한 성장경로에서 하향 이탈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 등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한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서도 성장률과 경제심리 등의 지표는 완만하게 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7%로 1분기 0.5%보다는 0.2% 포인트 높아졌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 후반으로 세계경제의 부진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셈이다.
경제심리도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지난달 101로 낙관과 비관적 평가의 기준선인 100을 석 달 만에 넘어섰다. 제조업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72)도 넉 달 만에 상승했다.
한은은 이같은 최근의 경기 흐름이 당초 전망한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기업구조조정도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11조원 규모의 추경편성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 6월 선제적 금리인하 이후 추경편성, 기업구조조정 등 후속 조치들이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할 이유는 없다.
특히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급증세도 큰 문제다.
한여름 비수기인 7월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지속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은 673조7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3천억원 증가했다. 2010~2014년 7월 평균 증가폭 2조원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역대 최저 수준인 초저금리 영향으로 자산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 2월부터 가계부채 급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섰지만 저금리의 위세에 눌려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저금리의 부작용인 자산버블(거품)과 가계부채의 동반 악화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이 잉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려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충격에 대비해 금리정책의 여력을 아껴둘 필요도 있다.
한 금통위은 지난 6월 금리를 인하하면서 "장기간의 저금리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과도한 금융불균형 확대, 유동성 함정, 가계부채 증가 등의 리스크 요인을 심도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연내 인하 기대감 여전
그러나 연내 추가 인하전망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더라도 '적정금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경기하락과 실업률 증가 등의 부작용이 예상되고 이 경우 금리인하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하반기 예상되는 경기와 고용의 하방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일부 해외투자은행(IB)들은 연내 두 번까지 인하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기준금리 향배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향배다. 지난주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가 연내 금리 인상에 우호적으로 나온 상황에서 시장은 이달 말에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잭슨 홀 연설에 주목한다. 금리인상 시점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압력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