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장남 서원씨의 편법상속 논란에 이어 장녀 경선씨에게 신사동 가로수길 70평 땅을 편법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김연지 기자)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부가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 70여평을 오리온 임원이름으로 차명으로 관리해 오다가 딸 경선씨에게 넘겨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짙게 일고 있다.
담 회장은 앞서, 집행유예 기간에도 장남인 담서원씨에게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수십억원의 편법상속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어 광복절 사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논란이 일 전망이다.
10일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현재 담경선 씨의 명의로 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9-5번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해당 부지를 1988년 12월 A 씨가 재산상속 받았고, 약 9년 뒤 1998년 1월 오리온 전직 임원 심용섭 씨의 명의로 넘어간다.
이후 2012년 10월, 현재 오리온 해외 법인 간부로 알려진 B 씨로 명의가 바뀐다. 이듬해 5월, 당시 만 28살인 담 씨가 30억원을 주고 신사동 228.8㎡(약 69.212평) 부지를 매매한 것으로 등기상에 나타난다.
"오리온그룹의 선대회장(옛 동양제과)인 이양구 전 회장 밑에서부터 약 30년간 몸 담았고, 회사의 성장을 일궈냈다"는 심 씨는 "담 회장 부부가 해당 부지에 대한 일처리를 나에게 맡겼던 만큼 명의가 자주 바뀐 경위도 아주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는 "담 회장이 증여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이를 지시했고 직원들은 이용당했다"고 강조했다.
의혹이 불거진 부지. (사진=박종민 기자)
심 씨에 따르면 해당 등기증명서에 처음 언급되는 A 씨는 이화경 부회장의 학창시절 가정교사이자, 후에 동양제과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퇴임한 전직 임원이다.
심 씨는 "고인이 된 이 전 회장의 병세가 악화될 1980년대 중반 무렵, 이화경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관희 여사가 A 씨에게 5억을 건네주며, 이 부회장에게 물려줄 땅을 차명으로 사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A 씨는 자신의 어머니 명의로 현재 신사동 529-5번지 땅을 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상속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양제과 퇴직 후 사업을 시작했던 A 씨가 부도가 나면서, 이 때부터 담 회장의 개입이 시작됐다는 게 심 씨의 주장이다. 이 부회장의 것이나 등기에는 A 씨 소유로 된 해당 부지에도 압류가 들어오면서 채권자들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자 "담 회장이 나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말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당시 담 회장 바로 밑에 있던 직원이었고, 내 돈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시키는대로 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장남 서원씨의 편법상속 논란에 이어 장녀 경선씨에게 신사동 가로수길 70평 땅을 편법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김연지 기자)
문제는 2011년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과 이듬해 스포츠토토에 대해 수사가 시작되면서, 담 회장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심 씨는 "당시 검찰 수사가 들어오자 담 회장 부부가 임원 급여를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어놓고선 이에 대한 위증을 시키고 약속한 급여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심 씨는 담 회장과 갈등을 빚자, 2012년 초부터 회사에서 퇴직을 압박받았고, 결국 그해 11월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심 씨는 이어 당시 자신에게 그렇게 퇴직하라고 압박했던 사람이 "담 회장과 해당 부지의 다음 명의자로 나오는 현직 간부 B 씨"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됐는데, 이 부회장이 갖기로 했던 그 땅의 명의가 내 소유로 돼 있자, 담 회장이 'B 씨에게 그 땅을 넘기고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해당 등기에는 심 씨의 주장대로, 그가 퇴직했다는 2012년 11월보다 조금 앞선 시점인 2012년 10월 30일, 소유권자가 B 씨로 나와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로부터 약 6개월 뒤 담 회장의 딸 담경선 씨가 30억 1000만원에 신사동 가로수길 70평 부지를 매매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현재 이 부지는 30분에 2000원을 내는 유료주차장과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주변에는 고급 레스트롱을 비롯, 각종 맛집과 유명 커피숍 등이 들어서 있다.
신사동의 한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부지는 평당 8000만원에 거래된다. 70평이면 50억원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아무리 3년 전이라도 그 곳이 겨우 30억원에 매매된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면서 "파는 사람이 아주 급매로 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심 씨의 주장대로라면 딸 경선 씨는, 오리온 전현직 임원들의 명의로 번갈아 쓰던 어머니의 강남 노른자위 땅을, 증여세 한 푼 안 내고 실거래가보다 헐값에 사들인 셈이다. '부동산에 관한 권리는 반드시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하도록 함으로써, 명의신탁을 이용한 부동산투기를 없애 부동산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한편 각종 부정․부조리를 제거하고 부동산가격안정에도 기여하도록' 도입된 부동산실명제도 위반한 것이 된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에 대해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알기 힘든 과거의 일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회장 소유의 재산을 다 알 수는 없다"면서도 "다행히 당시 일을 기억하는 직원의 증언과, 등기 내역 확인 결과를 종합해보니, 딸 경선씨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정상적으로 산 것이고 지금도 차곡차곡 빚을 갚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A 씨와 경선 씨가 양측에서 각각 감정평가법인을 선입해서 감정을 했고 그 가격대로 매매를 했고 매각 대금은 A 씨가 취했다"면서 "이 사실은 한치의 오차가 없다는 걸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처음 이 부회장의 어머니 뜻에 따라 땅을 샀고,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심 씨에게 명의를 넘겼다는 A 씨는 "상속을 통해 물려받았고, 정상적인 매매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해외 법인 사장으로 있다는 B 씨는 연락처를 수소문 했으나 닿지 않았다.
한편 담 회장은 집행유행 기간 중에 '편법상속' 논란도 있었다. 담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씨가 페이퍼컴퍼니인 '스텔라웨이'를 통해 아이팩의 중국계열사인 '랑방 아이팩'을 2013년 215억원에 샀다가 2015년 오리온 중국법인에 300억원에 되팔아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원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