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만지작 朴대통령께 드라마 '닥터스'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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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제공)

 

"애들이 눈치를 봐요. 약 하나 먹을 때… 주사 하나 맞을 때…."

시청률 20%를 넘긴 화제의 드라마 '닥터스'(SBS)에서는 최근 두 어린 아들을 홀로 키우는 한 아버지의 사연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일찍 아내를 여의고 두 아들 해와 달을 키우는 아버지 남바람(남궁민)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뇌종양을 앓는 두 아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보지만 수술비는 쉽사리 모이지 않았습니다.

보증을 서 준 의료진의 배려로 두 아들은 수술을 먼저 받을 수 있었지만, 이후 계속되는 빚·병원비 독촉에 시달리면서 아버지는 나날이 웃음을 잃어갑니다.

의료진의 권유로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알아보던 남바람은 부모가 없는 아이에게 치료비 전액을 대주는 프로그램을 접하고는 나직이 혼잣말을 합니다. "어떻게 아빠가 없는 게 더 나은 거니…."

끝없는 좌절에 휘말리던 아버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의 유혹을 받습니다.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자신을 발견해 말리는 담당의사 유혜정(박신혜)에게 남바람은 "눈 뜨면 일어나서 받는 전화가 빚 독촉이에요"라며 울부짖습니다. 유혜정은 "아빠가 자기들 치료비 마련해 주려고 죽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안다면 애들 인생이 어떨 거 같냐"는 간절한 어조로 그를 설득하죠.

지난 8일 밤 방송된 '닥터스' 초반, 유혜정의 설득에 아버지는 결국 옥상 난간에서 내려옵니다. 그리고 그는 TV 프로그램 등을 통한 모금으로 두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착잡한 심경이 자리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더군요. 극중 남바람 개인의 바람은 이뤄졌지만,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의료 환경에서 살고 있을 제2, 제3의 남바람이 떠오른 까닭입니다.

그런데 같은 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국회에 동네 의원 중심으로 원격 의료를 활성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어르신, 장애인 등 필요한 분들이 원격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원격 진료를 허용한다는 이 의료법 개정안은 꽤 오래 전부터 '의료 민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부장은 9일 CBS노컷뉴스에 "닥터스라는 드라마에서 다루는 게 결국 의료 민영화에 따른 영리병원인데, '영리병원 천국'인 미국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이 모두 활성화 돼 있어서 연구 자료가 풍부한 나라"라며 "미국을 연구한 결과 영리병원의 의료비가 훨씬 비싸고 사망률도 높으며 필수 의료는 담당하지 않은 채 돈이 되는 의료만 한다. 그래서 거꾸로 그러한 영리병원의 행태가 주변의 비영리병원에도 영향을 미쳐 비영리병원의 의료비까지 올린다는 연구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이 제주도에 지어지고 있고 최근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도 하나씩 늘려가겠다고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등지와 달리 공공병원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지금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몹시 낮다"며 "이미 대다수 민간의료병원에서 돈이 없어 수술을 못 받는 분들이 생기는 상황에서 영리병원까지 들어서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우려했습니다.

◇ "병원은 의사와 환자가 공존하는 곳이 돼야 한다"는 '닥터스' 김래원의 대사

(사진=드라마 '닥터스' 방송 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이 언급한 원격 의료 법제화는 영리병원 활성화를 위한 단초라는 것이 전 부장의 설명입니다.

그는 "원격 의료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원격 진료를 했을 때 대면 진료보다 안전하고 효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금까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에서 '일본에서는 전면적으로 시행 중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의 경우 의료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대면 진료에 따른 의료비를 경감하기 위해서 원격 의료를 하는 경우가 있고, 일본의 경우도 대면 진료가 원칙이며 대면 진료가 어려운 사람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의 복안처럼 대면 진료를 대체할 목적으로 원격 진료를 시행하려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겁니다.

전 부장은 "한국의 의료법 개정안에는 원격 의료를 거의 전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는 만큼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대상자가 많다. 의료 행위를 산업 발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삼성 등에서는 이미 원격의료를 위한 기기를 다 개발해 놓은 상태로,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기 업체들이 염원하고 있는 규제완화 측면이 강하다. 기술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는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안 되는데도 이를 강행하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오로지 수익을 좇는 기업에서, 특히 민간보험사에서는 원격 의료를 통해 진료뿐 아니라 예방이나 재활, 상담 영역도 가져가려 하는데 이를 '건강관리서비스'라고 한다. 건강보험 영역에 이 건강관리서비스까지 들어오게 되면 민간보험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가 차원의 건강보험 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원격 의료를 하려면 환자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개인건강정보 규제 완화를 하고 있다. 결국 개인정보까지 기업들에게 넘겨 돈벌이를 하려는 것인데, 그 핵심에 원격 의료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원격 의료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관련 업체 등에 유리한 것이라는 점을 꾸준히 알리고 있지만, '원격'이라는 단어에서 편리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닥터스' 이야기로 돌아가면, 주인공인 의사 홍지홍(김래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병원의 의료 복지 시스템을 확대하고 개선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돈이 아닌 환자를 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거죠. 극중에서 그가 "병원은 의사와 환자가 공존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 왜 병원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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