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난입했던 닐 호런의 <뉴욕타임즈> 인터뷰 기사. (<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캡처)
읽는 순간 분노를 유발하는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세상엔 참 별별 사람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인물에게는 ‘적반하장’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7일(현지 시각) 미국의 <뉴욕타임즈>는 닐 호런의 인터뷰를 실었다. 닐 호런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경기 때 난입해, 선두에 달리던 브라질의 반델레이 데 리마에게 태클을 가한 인물. 이 돌발 사고로 인해 우승을 눈앞에 뒀던 리마는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누구나 분노해야 할 상황을 겪은 비운의 주인공 리마는 대회가 끝난 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응을 했다. 호런을 용서한 것. 그의 용서는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안겼고, 그는 1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로 선정돼,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그런데 호런은 그런 리마가 개막식에 나온 것에 대해 분노했고, 비난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호런은 전화 인터뷰에서 “리마는 내가 태클을 해서 더 유명해졌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12년 전 금메달을 딴 자를 기억하는가. 심지어 4년 전 메달을 딴 사람도 기억 못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런은 리마에게 적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네테 사고 이후 리마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편지 2장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며, “예의와 품위가 없는 인물”이라고 맹비난했다.
5일 오후(현지 시각)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식이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리고있다 . 성화 점화자인 전 마라톤 선수 반델레이 리마가 성화점화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반델레이 리마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마라톤 레이스 도중 관중 난입사태로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동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보였다. (사진=리우올리픽 사진공동취재단)
또 “어느 인터뷰에서 리마가 자신을 광신도라고 표현했다”며 “그런 묘사는 나는 물론 내가 가진 그리스도인의 소명, 그리고 그리스도에 대한 공격 행위"라고 분노했다.
호란은 2004년 그에게 태클을 한 이유가 “그리스도는 필요에 따라 무서운 분이 된다. 당시 나도 그랬고,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었다”며, 자신의 의도가 아닌 “섭리이자 운명이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교회 사제 출신인 호란은 당시 그리스도의 재림과 세상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며 아테네로 갔고, 마라톤 경기에 난입했다. 호란은 그 일로 구치소에 구금됐고, 이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평생 한 번 올 기회를 빼앗은 인물이 자신에게 용서와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하는 말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게다가 자신 때문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유명인이 됐다고 말하는 그에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표현 외에 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뉴욕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