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적으로 건강보험에 매년 줘야 할 국비 지원금액을 연례적으로 축소해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나왔다.
가입자한테서는 해마다 연말정산에 이어 건강보험료 정산을 통해 미처 거두지 못한 보험료를 거둬가면서 정작 정부는 일방적으로 지원금 규모를 줄여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인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8일 '2015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서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금 산정방식과 지원방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이 가운데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 법률로 정한 이런 지원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연례적으로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지원규모를 줄였다.
이를테면 매년 예산편성 때 건강보험 지원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인 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증가율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이 중에서 보험료 인상률 하나만 반영해 과소 추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썼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해마다 그간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 미치는 16~17% 정도만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07~2015년의 최근 9년간 총 12조3천99억원(일반회계지원 부족분 4조1천556억원, 건강증진기금 부족분 8조1천543억원)을 덜 지원했다. 정부는 올해도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정산작업을 통해 지금껏 단 한 차례도 미지급 지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과 복지부는 해마다 4월이면 연례행사처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를 대상으로는 '건보료 정산'을 통해 전년도 소득이 오른 가입자한테서 미처 거두지 못한 보험료를 징수한다.
2015년도 건보료 정산결과, 전체 직장가입자 1천576만명중에서 올해는 827만명이 1인당 평균 13만3천원을 추가로 냈고, 지난해 월급이 떨어진 258만명은 1인당 7만2천500원씩 돌려받았다.
이처럼 정부지원을 줄이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과 프랑스, 일본, 대만 등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주요국들은 건강기금·목적세 도입, 정부지원 법적 명문화 등으로 국가의 재정운용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됐다.
이런 국고지원이 끊기면 현재 17조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을 쌓아둔 건보재정이 급속히 바닥을 드러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고 건보공단 노조는 경고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201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금액' 자료를 건보공단 노조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8년부터 국고지원이 없어지면 건보재정 수지는 2018년 7조4천444억원의 적자로 돌아선다. 이렇게 적자상태에 빠지는 2018년도 당기수지를 보전하려면 2018년에만 일시적으로 17.67%가량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국회예산정책는 국고지원 규정이 만료되는 내년에 건강보험법을 개정할 때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연례적 과소지원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부예산 지원방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