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강성 발언을 해놓고도 박근혜 대통령의 위세 앞에 30시간 안에 꼬리를 내린다 해서 붙여진 '김무성 30시간의 법칙'.
민심을 듣기 위해 배낭여행길에 나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꼬리표처럼 붙여진 별명을 길 위에서 떼어버리려는 듯 박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날렸다. 개헌과 관련한 소신 발언도 쏟아냈다.
지난 1일 민생 투어를 시작한 김 전 대표는 첫날 진도 팽목항을 시작으로 4일에는 여수와 하동 화개장터를 방문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수 수협 공판장에서 조합장과 지역 주민들을 만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실패한 제도"라며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내각책임제보다는 4년 중임제를 원한다"며 "대통령 힘 빼는 방법은 여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대통령 '디스'에 비박계 후보 지원 '약속'까지…단단해진 김무성하지만 여기까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는 과거에도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이내 수그러든 적이 많았다.
그는 지난 2014년 당대표 당선 후 중국 출장 중 "개헌 논의가 봇물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청와대가 문제를 삼자 "죄송하다"며 사과한 바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5개 지역구 무공천을 주장하며 부산으로 내려가 옥새 투쟁까지 벌였지만 하루만에 꼬리를 내렸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덩칫값을 못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김 전 대표는 그러나 최근 배낭 여행길에선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김 전 대표는 대구 경북 의원들의 청와대 회동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께서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비박계 당 대표 후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디
이에 4박 5일간의 영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최경환 의원이 김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이번 전당대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친박계 최고위원 후보인 이장우 의원(재선)도 "짝퉁 배낭여행을 하며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은 전직 당 대표로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김 전 대표의 달라진 태도에 대해 한 측근은 "당 대표 당시에는 본인의 생각과 판단보다 당을 분열 없이 이끄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못난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참았다"면서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지금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김 전 대표에게 정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며 "정치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고민중"
이라고 말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당 대표로 반박(朴)한 적 없어…내가 비주류라 비주류 후보 지원할 것"
김 전 대표는 그간 비박계 수장으로 불리며 겪었던 고충과 억울함도 거침없이 토로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하동 화개장터에서 시장 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로 대통령의 정책에 항상 앞장섰는데 왜 나를 비박 수장으로 몰아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 대표가 돼서 한 번도 반박(朴)을 한 적 없는데, 대통령 주위 소수 몇명이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우리를 밀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대표로 있으면서 나를 쥐어박고 병신 소리 듣고 약점이 있냐는 얘기도 들어가면서도 대통령과 맞선 일이 없다"며 "그런데도 내가 왜 비박 수장이냐"고 반문했다.
전남 순천이 지역구로, 8.9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나선 이정현 의원(3선)을 밀어달라는 지지자들의 요청에는 "내가 비주류인데 비주류 후보가 나와있기 때문에 이정현 의원을 밀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거제로 이동한 김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5일에는 거제 조선소 협력 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뒤 창원과 밀양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