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사진=황진환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배낭 속에는 차기 당권에 대한 어떤 구상이 담겨 있을까.
답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비주류 단일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방침이라고 한다. 한 측근 인사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혁신의 대오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국(5선), 주호영(4선) 의원 등 ‘혁신’을 선거 구호로 내건 비박계에서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표심을 모아줄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정 의원 측 캠프 관계자도 “김 전 대표 측에서 후보 단일화 이후 본격적으로 돕겠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민생 탐방을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김 전 대표이지만, 내심 차기 당권 구상에 열중하고 있는 셈이다. 김 전 대표는 하루 이틀 호남에 머물고 고향인 부산‧경남(PK) 쪽으로 이동한 뒤 8‧9전당대회 직전인 7일 상경할 계획이다.
김 전 대표의 ‘물밑 조력’ 의사 피력에 맞춰 비박계 당권 주자들의 단일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 주 의원 양측은 이날 후보단일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여론조사 실시 날짜 등을 최종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의원들의 투표 날짜인 오는 7일(일요일)을 앞두고 주말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일정을 역산해 이르면 2일, 늦어도 3~4일쯤 ‘단일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김 전 대표가 지난 2014년 전당대회 당시 자신의 당권 캠프에서 일했던 핵심 인사들을 이미 가동해 일부 비박계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친박계도 이주영, 이정현 중 '올인' 고심 중비박계가 단일 대오로 전대를 치르겠다는 입장이 분명한 만큼 친박계도 어떻게든 표심을 결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주영(5선) 의원이 비박계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이날 TV토론에서도 “당원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반혁신"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공개적인 후보 단일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분열은 패배’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막판 오더(order)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주영, 이정현 의원 중 적합한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크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 누구를 지원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고심에는 계파의 핵심 의원을 후보로 내지 못한 난맥상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서청원(8선), 최경환(4선) 의원 등 핵심 실세들이 ‘총선 책임론’에 밀려 불출마했다.
이주영 의원은 지난 출마 선언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자’를 거론하며 “자숙하라”고 언급했던 일에 끝내 발목이 잡혀 있다. 친박계 일각은 “이 의원이 김무성 전 대표의 영향을 받고 한 말 아니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정현 의원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의심이 없으나, 낮은 선수(選數)가 문제다. 친박계 다선 의원들은 3선인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모시기에 껄끄러워 한다.
하지만 막판에 가선 결국 표심을 모아줄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 관계자는 “주류는 투표 직전에 가서 전화를 돌려도 충분히 결집할 수 있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여전히 조직력에서 비박계에 앞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에선 당원 70%, 일반국민 30%의 비율로 표심이 반영된다. 결집 시점은 ‘실세’ 최경환 의원이 유럽에서 귀국하는 오는 3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