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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꿈꾸는 여성이 구현한 현실과 판타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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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두 디바의 합 돋보여…'중력을 거슬러' 압권

글린다 아이비와 엘파바 박혜나. (사진='위키드' 공연 제작사 측 제공)

 

지난 2012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위키드'는 명작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비틀어 쓴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을 토대로 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오즈의 마법사="">를 읽지 않아도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다.

이야기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다. 현실의 갈등을 그리듯 사연을 풀어낸다. '나쁜 마녀'는 사실 '만들어진 이미지'였으며 '착한 마녀' 또한 그랬다. 고지식한 소녀와 눈에 띄는 외모로 사랑받던 소녀가 그들의 원래 모습이었다는 탁월한 상상이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인다.

두 명의 디바가 극을 이끈다. 풍부한 성량과 어색하지 않은 무대 연출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두 여성 캐릭터 엘파바와 글린다가 극 전체를 좌우한다 봐도 무방하다. 조마조마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게 할 만큼 두 캐릭터의 호흡은 상상 이상이다.

초연부터 무대를 지켰던 박혜나의 폭발적인 성량, 크리에이터들에게 '글린다 그 자체'라는 만장일치의 평가를 받았다는 아이비의 탁월한 연기는 눈에 띈다. 아이비는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의 미래가 탄탄할 것이라는 기대까지 하게 만든다. 딱 알맞는 제 옷을 입은듯 글린다를 온 몸으로 표현했다.

'이 낯선 느낌(What is this feeling)', '파퓰러(Popular)' 속 아이비는 캐릭터에 그대로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을 유혹한다. 박혜나의 '중력을 거슬러(Defying Gravity)'에서는 두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 놀라운 드라마가 펼쳐지며, '나를 놓지마(As Long as You're Mine)'를 통해서는 엘파바란 캐릭터에 한층 더 연민을 느끼게 된다.

'파퓰러(Popular)' 속 박혜나와 아이비. (사진='위키드' 공연 제작사 측 제공)

 

마법사를 만나는 게 꿈의 실현이라 믿었을 두 소녀는 순간의 선택을 달리한다. 거기서부터 운명이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전개는 현실적이다. 아이들을 위한 극이 아니라 어른들의 동화가 될 수 있는 건 이 점 덕분이다. 엘파바와 글린다는 각자가 원하는 바를 따랐고 결과도 오롯이 받아들였다.

자아실현과 박애 둘 다 실현하고 싶었던 엘파바, 사랑과 야망을 모두 갖고 싶었던 글린다의 모습이 대비되는 데서 오는 재미도 상당하다.

판타지라면 그들은 모두 다 갖고 행복해야 하겠지만 위키드는 다르다. 오해, 갈등, 꿈, 거짓말, 자아실현, 연대 등 온갖 현실적 요소가 극 전체에 녹아있다. 주위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비유해 담아 성장한 관객들의 마음을 이끈다.

자신의 신념을 따른 엘파바는 오명을 썼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구했다. 그가 자아를 실현하는 데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희생이 따랐다. 야망을 쫓은 글린다는 사랑도 갖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신 그는 늘 바라던 대로 '만인의' 연인이 되는 꿈을 이뤘다.

아쉽게도 다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현실적이다. 갈등이 그저 아름답게 봉합되는 동화와는 달라 보는 이에게 위안을 안긴다. 두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를 두고 좌우되지 않고 각자의 사연에 따라 서로 우정을 이어가는 모습도 설득력 있다.

극을 끌어가는 이가, 근래 보기 드물게 여성 파워를 과시한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이 극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이고 야망도 있다. 자아실현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믿는 바를 굳건히 따른다. 그게 당연한 것으로 설정된 것은 보는 이에게 적잖은 위로를 선사한다.

극을 관람한 한 공연예술 전공자는 "뮤지컬계에선 티켓 파워가 약하다는 이유 등으로 여자 캐릭터를 메인에 잘 세우지 않는데, 이 극은 그런 환경도 뛰어넘었다"며 "약자로 터부시되던 캐릭터들의 연대가 더 눈에 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8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R석 14만원 OP/S석 12만원 A석 8만원 B석 6만원

문의 :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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