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버전 영화와 배리어프리버전 영화의 차이.
'곡성'에 이어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 최신 한국영화 기대작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치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청각장애인들입니다.
특히 청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 영화가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한국 영화에 자막이 달리진 않으니까요.
실제로 청각장애인인 22일 박모 씨는 "국산 영화는 별도로 자막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항상 제때 못보고 해당영화가 영화관에서 내려가면 DVD방에서 혼자 뒤늦게 자막 틀고 보곤 한다. 그럴 때면 청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생활을 하지 못하는거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들을 위해 제작되는 영화가 있긴 있습니다.
영화의 화면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화면 해설과 대사 및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한국어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영화, 바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영화 입니다.
배리어 프리 영화의 역사는 10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2005년 '댄서의 순정'부터 시작해서 매년 꾸준히 제작돼 지난해까지 총 138편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해동안 총 20편의 영화가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제작되었고, 관람객 수 역시 37,647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많습니다.
우선 '배리어 프리 영화'가 있는 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시청각장애인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배리어 프리 영화위원회가 매달 배리어 프리영화 상영일정을 공지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 또한 적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배리어 프리 버전 영화가 개봉작들과 동시개봉이 아닌 2~3주 지난 뒤 상영하는데다 상영관도 많이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산행 배리어 프리버전 상영 일정.
그나마 '부산행'이 지난달 20일, 일반상영과 같이 배리어 프리 버전이 동시개봉돼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전국 상영관들 중 단 15회, 8일동안만 상영됐습니다.
배리어 프리를 확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등이 장애인의 문화향유를 뒷받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영화제작사 및 배급사, 영화관 등이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배리어 프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농아인연합회를 포함한 장애인 관련단체에서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물론 정부측에 관련법 개정을 요청하고 있지만 매번 후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일반 상영관에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별도의 기기를 설치해 상영관,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장애인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도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사회공헌의 개념으로 여기지 말고, 바로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할 때 '배리어 프리'도 한발짝 더 전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