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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세요'·'흔들어주세요'…한국의 명카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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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철 (광고 카피라이터)

우리나라 광고의 역사가 몇 년이나 된 줄 아십니까? 무려 130년이라고 합니다. 굉장하죠. IMF시대에 '여러분, 부자되세요.' 이렇게 희망을 준 것도 광고였고요.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런 시대를 풍미한 명제를 만든 것도 광고입니다. 그 영향력이 그래서 대단한 건데요.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이 130년, 광고 언어의 역사를 한데 모은 특별전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130년 동안 우리 광고, 광고 언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카피라이터세요. 정철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정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 특별전, 이게 어떤 전시회입니까?

◆ 정철> 광고가 한 130살 먹은 사람이라면 유년기부터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쭉 한번 되짚어서 걸어보는 그런 전시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초창기 광고부터 광고 자료가 수백 점, 또 시대를 대표하는 카피 수백 점, 시민들한테 UCC공모전을 해서 거기 선정된 것들도 전시가 됩니다.

(사진=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 김현정> 풍성하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광고 역사가 정말 130살이나 됐습니까?

◆ 정철> 네, 130년 딱 됐답니다.

◇ 김현정> 최초의 광고는 그럼 어떤 광고였어요, 130년 전에?

◆ 정철> 딱 130년 전인데요. 1886년 2월에 한성주보라는 신문에 독일 무역상인 세창양행이라는 회사가 있는데요. 거기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독일에서 들여오는 목록들을 쭉 나열한 '고백'이라는 광고가 있었어요. 그게 지금 최초의 광고로 꼽히고 있습니다.

◇ 김현정> 1886년? 와 (웃음)

◆ 정철> 네, 1886년.

◇ 김현정> 쭉 물건을 나열해 놨는데 고백은 왜 고백이에요, 이게?

◆ 정철> 그때는 광고라는 단어가 정착이 안 됐고, '고백'이라는 단어를 광고의 의미로 썼던 것 같고요. 역사적 의미는 굉장히 큰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렇네요. 굉장히 솔직한 광고네요. 광고, 고백 이렇게 쓰고, 물건 쫙 나열하고. 이게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였고요. 그러다가 지금처럼 이런 강렬한 한마디, 강렬한 카피, 강렬한 철학을 넣은 상업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 정철> 1970년대 들어서면서 그때 우리나라 1세대 카피라이터로 불리는 이낙운, 신인섭, 이만재, 김태형 이런 선생님들이 카피라이터라는 이 단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합니다.

◇ 김현정> 그분들이 남긴 1970년대 상업광고 문구, 카피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정철> 70년대 제가 생각나는 건 가전회사 광고였는데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 김현정>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아, 그게 그때나온거예요.

◆ 정철> 음료 광고 중에서 아까 말씀드렸던 이낙운 선생님의 '흔들어주세요.'라는 카피도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 김현정> '흔들어주세요.' 맞아요, 맞아요. 그게 바로 우리나라 1세대 상업광고 카피들 저는 1960년대에, 이게 상업광고는 아니지만 굉장히 기억에 남는 카피가 뭐냐면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산아제한 광고한 것, 그 문구가 기억이 나요.

◆ 정철> 그런 거 많이 했었죠.

◇ 김현정> '알맞게 낳아서 훌륭하게 기르자.' 많이 낳지 말아라. 지금하고는 정반대되는 사회상이죠.

◆ 정철> 그렇죠. 그리고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카피들이 있었죠. 나중에는 아마 '하나도 많다.' 이런 류의 카피들이 있었고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죠.

시대의 거울 광고 (1960대 광고(왼), 2014년 광고(우), 사진=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 김현정> 광고 카피를 보면 사회 흐름도 쭉 읽을 수 있는, 사회상을 그야말로 아주 신속하게 반영하는 게 광고카피인 거죠?

◆ 정철> 그래야 소비자들한테 파고들 수 있는, 그런 광고가 힘을 갖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예를 들어서 지금 떠오르는 것 있으세요? 그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었던 그런 카피들?

◆ 정철> 김정은이라는 탤런트가 빨간 옷을 입고 눈밭을 막 뛰어다니면서 '여러분, 부자되세요!' 이렇게 외치는 광고 아마 기억하실 거예요.

◇ 김현정> '부~자 되세요.' 그 광고.

◆ 정철> 그게 IMF때 나왔던 광고인데요. 굉장히 어두웠던 힘들었던 시기의 사람들의 욕구와 이렇게 닿아서 사람들한테 화제가 됐던 광고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요즘 광고 추세는 어떻습니까? 2016년, 요즘.

◆ 정철> 이제 요즘은 워낙 다 어렵다고 하고 특히 청춘들이 많이 힘들어하잖아요. 그래서 청춘을 위로한다거나 힘내라고 얘기하는 그런 광고들이 좀 많이 눈에 띄는 것 같고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광고 매체에서의 변화가 굉장히 크죠.

◇ 김현정> 매체의 변화?

◆ 정철> 블로그나 페이스북이나 이런 데서 우리가 광고를 만나게 되고 있죠.

◇ 김현정> 아, SNS상의 광고들. 이게 광고인지 아닌지 애매한 것들이요?

◆ 정철> 네. 광고인지 아닌지 모르게 되면서만나게 되는 것들이 굉장히 비중이 커지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광고의 꽃은 광고문구, 카피다.’ 이건 카피라이터니까 당연히 동의를 하시겠죠?

◆ 정철> 동의합니다. (웃음)

◇ 김현정> 잘 쓰여진 카피가 갖는 힘, 영향력 얼마나 됩니까?

◆ 정철> 저는 카피를 사람을 연구 하는 일이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카피는 소비자한테 말을 거는 거잖아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광고가 하는 말은, 과장이 섞였을 거야, 혹시 거짓말일지도 몰라, 이렇게 약간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는 거죠.

◇ 김현정> 맞아요.

◆ 정철> 그래서 카피는 소비자, 즉 사에 대해서 정말 치열하게 관찰하고 연구하고 거기에서 공감을 찾아내고 또 공감을 무기로 말을 걸고 또 설득을 하고 해서 소비자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되는 일이니까 이게 쉬운 일은 아니죠. 카피 한 줄 전달하는 데 수백억씩 쓰는 광고도 적지 않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수백억? 연구하는 데?

◆ 정철> 그것을 대충 만들었을 리는 없죠.

◇ 김현정> 그 말씀 듣고 보니까 데이터도 분석하고 이런다는 거죠, 여론조사도 하고?

◆ 정철> 네, 네.

◇ 김현정> 그 말씀 듣고 보니까 카피는 과학인데요? (웃음)

◆ 정철> 그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웃음)

정철 카피라이터 (사진=세바시 제공)

 

◇ 김현정> 그런데 요즘 너무 광고 과잉시대라서, 좀 짜증난다, 이런 분들도 계세요.

◆ 정철> 하루 이틀 들어 본 얘기는 아니고요. 그래서 광고쟁이들이 두 가지를 양손에 쥐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 김현정> 뭔가요?

◆ 정철>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 이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를 쥐고 있어야 짜증나는 광고 분노게이지가 올라가는 광고들이 조금씩이라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 굉장히 중요한 말씀이시네요.

◆ 정철> 광고쟁이들의 1차적인 책임은 있는 거죠. 물론 광고주를 설득하는 일도 광고쟁이들의 일이니까, 그 두 가지를 놓았을 때 이런 광고들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한 손에는 책임감 한 손에는 자부심을 고 우리 광고계를 꼭 좀 이끌어주십시오. 전시회도 잘 하시고요.

◆ 정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오늘 귀한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 화제의 전시회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6 광고언어의 힘'에 참여한 카피라이터 정철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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