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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폐를 벗어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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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자폐 판정을 받은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침묵의 문을 열고 나온 이야기다.

아이리스는 2009년 9월 영국에서 태어났다. 만 두 살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015년 8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외삼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생애 첫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사진가이자 아이리스의 엄마인 아라벨라 카터-존슨은 아이리스와 함께한 첫 6년의 시간을 자신이 찍은 사진, 아이리스가 그린 그림과 함께 이 책에 담아냈다.

'아이리스'는 '누군가를 지켜준다는것'에 관한 이야기다. 빛과 색이 가득한 그림은 자기 자신을 어쩌지 못해 고통받는 아이리스의 마음을 지켜주었다. 의젓한 고양이 툴라는 혼자만의 세계로 숨어들고 싶어하는 아이리스의 곁을 지켜주었다. 아이리스의 엄마, 아라벨라는 아이리스의 ‘다름’을 지켜주었다. 친구와 가족과 사회는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며 나아가는 아이리스 가족의 삶을 지켜주었다. '아이리스'는 우리 모두의 안에는 어떤 잠재력이 있음을, 누군가가 우리의 곁을 굳건히 지켜줄 때 마침내 그것이 폭발적으로 발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여섯 살 아이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리틀 모네’에 비견되며 맑고 평화로운 그림을 그려내는 아이리스의 천부적 재능에 대한 이야기이며, 사랑스러운 아이리스와 의젓한 고양이 툴라의 감동적인 우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이리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이리스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답다. 맑고 평화롭다. 그림도, 아이리스도. 이 책을 펼치는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아이리스의 맑고 평화로운 그림들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장을 펼칠 때마다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아이리스의 사진에 매료될 것이다. 아이리스의 일상을 담은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http://www.irisgracepaintingshop.com

예술이 자기표현의 수단이라는 말은 역시 옳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아이리스는 소통이나 표현 능력이 거의 없는 아이였다. 자신의 세계를 견고히 쌓고 그 안에서 오직 고요를 원하던 아이였다. 엄마도 거부했고 말도 하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았고 반복적으로 강박행동을 했다. 가족에게는 견뎌야 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유아원에서조차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지자 아이리스의 엄마는 미래를 위해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교육방법을 몰랐으므로 쉽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엄마는 우선 ‘제대로, 자세히 보기’로 했다. 아이리스를 지켜보며 아이리스가 좋아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의 세상에 눈을 맞추고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추어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해나갔다.

첫 돌파구는 우연히도 그림이었다. 아이리스는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했다. 자연에서 느끼는 자신의 느낌을 붓 끝에 담아내는 걸 가장 좋아했다. 붓을 쥐고 있는 동안에는 평소의 불안하고 방어적인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아이리스는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웃기 시작했다. 숨어 있던 재능이 빛을 발하자 닫혀 있던 마음의 문 또한 조금씩 열린 것이다. 가족에게는 기쁨이고 희망이었다.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들이 겹겹이 칠해진 아이리스의 그림은 맑으면서도 강렬하다. 평화로우면서도 신비롭다. 아이리스는 세상을 이렇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시인처럼 ‘자세히, 오래, 예쁘게’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아직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제목을 짓지 못한다. 제목을 짓는 것은 엄마다. 아라벨라는 각각의 그림마다 아이리스가 그것을 언제 그렸는지, 무엇을 닮았는지, 아이리스가 어떤 기분으로 그렸는지를 생각하며 제목을 짓는다. <인내>는 이틀에 걸쳐서 여러 번 덧칠하며 정성스레 그린 것을 기념하여 붙인 제목이고, <신비로운 해마="" 이야기="">는 아이리스가 좋아해서 읽고 또 읽는 책에서 왔다. <물의 춤="">에는 비 오는 날의 아이리스가 보이고 <바람 속의="" 꽃="">에는 바람 부는 날의 아이리스가 있다.

아이리스의 엄마, 아라벨라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특히 말을 좋아해서 말과의 교감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녀가 보기에 아이리스는 반응법이 말과 유사했다.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있었고 한눈에 주변상황을 파악하는 시각적 사고를 했으며 사람을 쉽게 신뢰하지 않았다. 변화를 곧바로 알아차렸고 환경이 달라지는 것에 예민했다. 아라벨라는 아이리스가 말과 교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말이 아이리스의 소통 능력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아이리스는 말과 교감하지 못했다.

돌파구가 되어준 것은 입양한 새끼고양이 툴라였다. 줄루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툴라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이리스와 교감했다. 첫날 밤부터 아이리스의 품에서 수호천사처럼 잠이 들었다. 아이리스가 밤에 깨어나면 툴라가 옆에서 달래주었다. 툴라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아는 것 같았다.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랐다. 툴라는 잠 못 드는 아이리스를 달래며 재웠다. 물을 거부하는 아이리스와 함께 욕조에 들어갔고, 손가락으로 바람을 느끼고 싶은 아이리스의 뒤에서 자전거를 탔다. 아이리스가 그림을 그리면 조수처럼 그 옆에 있었다. 툴라는 아이리스의 곁을 지키며 충직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이리스는 이제 그림을 그릴 때 외에도 환하게 웃는 얼굴을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툴라의 수염을 세면서 숫자를 익혔고, 툴라의 몸무게를 재면서 무게를 익혔고, 카메라를 들어 툴라의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은 물론 자폐아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자폐와 함께하는 닫히고 고립된 삶의 현실적 고통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쓴 아이리스의 엄마 아라벨라 카터 존슨은 굳게 닫힌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6년의 과정을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만한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얼마만한 심적 여유가 있을까 돌아보게 한다.

아이리스의 가족은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책을 좋아하고, 악기를 좋아하는 아이리스를 위해 연주회를 찾아다닌다. 아이리스가 좋아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을 주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교육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온몸으로 음악에 반응하는 아이리스의 모습은 때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방해”거나 “음악가에 대한 모욕”으로 비치기도 한다. 편치 못한 마음으로 사과 메일을 보낸 아라벨라에게 막상 연주회의 음악가는 청중이 없는 리허설 연주에 구경 와도 좋다는 답을 보내오지만, 모든 반응이 늘 그런 식은 아니다.

아이리스의 엄마가 홈스쿨링을 선택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결심은 ‘아이의 다름을 인정하자’ ‘아이의 다름을 지켜주자’였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존재의 가치를 받아들이자,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 아라벨라는 자신의 기대가 아니라 아이리스의 흥미를 보듬기 시작했다.

2015년 여름, 아이리스는 자폐와 관련된 많은 선입견과 편견을 깨뜨리며 첫 해외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외삼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생애 첫 비행기를 탔고 기차 여행을 했다. 아이리스는 이제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전과는 다르게, 더 오랜 시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아라벨라 카터-존슨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리스와 툴라는 저에게 다른 사람들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빛을 던져주었습니다. 저는 이제 아이리스의 현재와 미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을 것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오래지 않아 어느 날 당신도 당신의 아이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곧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폐성장애학생은 2011년 6809명에서 2012년 7922명, 2013년 8722명, 2014년 9334명 등 매년 약 1000명씩 증가했으며,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다(2016년 4월,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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