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성 범죄 잇따라…왜 음란해졌나
성폭행 피소·마사지업소 출입·음란행위 적발 이어져
'기강 해이·비뚤어진 성 의식'…잇단 성추문 국민 신뢰 저하
"도덕성·청렴성·직무사명감 판별할 채용제도 자리 잡아야"
성폭행 피소, 마사지업소 출입, 공공장소 음란행위 등 최근 경찰관이 연루된 성추문이 잇따르고 있다.
성범죄를 단속해야 할 경찰이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국민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경찰관 선발 단계에서부터 인성 평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충남 당진경찰서는 지난달 20일 당진읍내 한 마사지업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업주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 업소는 건전한 마사지를 빙자해 영업 중인 성매매 업소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충남경찰청 산하 기관에 소속된 경찰관 A씨가 이 업소를 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업소에 들어가기 전 업주와 통화한 내역이 휴대전화에 기록된 것이다.
지방청은 업소 출입 사실만을 토대로 A씨를 다른 기관으로 전보 조처하고, 성매매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 마사지만 받았을 뿐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는 경찰관이 성관계를 맺은 여성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해당 경찰관은 이 여성의 전 남자친구로 알려진 지인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B씨는 이달 중순 사석에서 만난 여성과 모텔로 옮겨 성관계를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전 남자친구로 알려진 지인이 B씨를 찾아가 성관계 사실 등을 빌미로 '한 대 맞고 끝내자'며 주먹을 휘둘렀고, 폭행당한 B씨는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유부남인 B씨는 현재 병가를 낸 상태다.
성관계를 맺었던 여성은 26일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검찰에 냈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합의에 따른 성관계로, 이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다'며 성폭행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이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인천 경찰관들은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잇따라 적발됐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이달 초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C씨를 최근 직위 해제했다.
C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4시 40분께 인천시 남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길을 가던 20대 여성을 보며 음란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발생 한달여 뒤인 지난 23일 오후 11시 45분께는 인천에서 강화를 오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경찰관 D씨가 20대 여성 옆자리에 앉아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적발됐다.
경찰청이 상습 성희롱 경찰관에 대한 중징계 방침 등을 포함한 '복무 기강 확립 특별대책'을 발표한 직후 D씨가 범행한 것이어서 경찰 수뇌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일선 경찰관들은 지휘부가 잇단 경찰관 비위 행위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징계 등 처벌만 강화해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공공장소에서 경찰관이 음란행위를 한 것은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것"이라며 "동료 경찰관들 얼굴에도 먹칠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지금처럼 비위 행위가 터질 때마다 징계만 강화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교양(예방교육)의 내실을 다지고 경찰관 선발단계에서 인성 평가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규모 인력 보강으로 몸집이 커진 경찰 조직에 기강 해이 현상이 두드러지는 데다, 비뚤어진 성 의식을 갖고 있는 경찰관을 선발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해 이런 현상이 빈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훈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선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 보면 사명감이나 도덕성, 직무 청렴성 등을 살피려고 노력하지만 쉽게 걸러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라며 "도덕성이나 청렴성, 직무 사명감 등을 더욱 더 심도 있게 판별할 수 있는 채용 제도가 틀을 잡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찰 시험이 국어·영어·수학 등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바뀌면서 쉽게 채용될 수는 있게 됐지만,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게 됐고, 이 같은 황당한 일들도 벌어지는 주요 원인이 됐다"며 "실제로 내부 사고도 많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