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운동신경! GS칼텍스 배구단의 황민경이 서울 화곡동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어머니 안순자(우측)씨와 함께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부모님도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배구를 할지 모르셨대요."
황민경(26·GS칼텍스)은 당초 선수를 목표로 배구를 시작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밖에 모르던 그녀는 5학년 때 우연히 배구와 만났다. 이후 배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황민경은 태권도를 그만두고 배구에 매진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황민경의 부모님은 그가 배구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딸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단순히 태권도가 힘들었나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배구를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일. 부모님 동의서가 없이는 배구 시합에 나갈 수 없었던 황민경은 부모님께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CBS 노컷뉴스와 만난 황민경의 어머니 안순자(56)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 말렸다. 그런데 얼마나 하겠냐 하는 생각에 허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머니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황민경은 현역 배구 선수로 아직까지 코트를 누비고 있다.
'나 몰래 배구 시작했어요' GS칼텍스 배구단 선수 황민경과 그의 어머니 안순자(우측)씨가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황민경이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데 있어 어머니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저도 학창시절 체격이 좋아 선생님들이 운동을 시키려 했다"며 "당시 배구와 투포환을 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운동 유전자를 황민경이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다.
배구를 계속하기 위해 전학까지 간 황민경. 그의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배구를 반대했었다. 안순자씨는 "딸이 '엄마, 6학년 때까지만 배구 해보고 이후에는 공부 열심히 할게'라고 하더니 어느덧 세화 중학교에 가겠다고 하더라"며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돌린 이는 의외로 황민경이 아닌 운동선수를 꿈꿨던 조카의 말 한마디였다. 안순자씨는 "친정 조카가 '민경이가 원하면 운동시키세요. 제가 지금 공부를 하고 있지만 운동 접은 것 후회하고 있어요'라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내 딸도 후회하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허락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바쁜 일 탓에 딸의 모습을 잘 보지 못했던 어머니는 오랜만에 찾아간 학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딸의 뒷바라지에 매진하게 된다. 안순자씨는 "어느 학부모가 '민경이 엄마예요? 민경이는 늘 아빠만 오길래 어머니가 없는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했을 때 딸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그때부터 뒷바라지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가야 하는 날에 한 번도 안 빠지고 갔다. 지금은 뿌듯하다. 운동시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우리 딸 많이 먹어~' GS칼텍스 배구단 선수 황민경이 서울 화곡동 자신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위는 어머니 안순자 씨. (사진=황진환 기자)
배구 팬 사이에서 '배구 여신'으로 불리는 황민경. 하지만 어머니만큼은 이 사실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건 진짜 이해가 안 된다. 우리 가족들도 왜 널 이쁘다 하냐고 놀린다"며 "사람들 보는 눈이 다른가보다 라고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선수 황민경이 아닌 딸 황민경은 어머니에게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그의 어머니는 "너무 착하다. 손님들이 어떻게 저렇게 잘 키웠냐 하는데 나는 진짜 안 키웠다"며 "혼자 알아서 컸다. 동생을 업고 학원을 가고 그랬다. 정말 버릴 것 하나 없는 좋은 딸이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