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25일(현지시간) 야후의 인터넷 핵심사업을 48.3억달러(약 5조5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월가(Wall Street)에서는 인터넷 사업에 대한 엄청난 비용 지불이 '쓸모없는 짓'이라며 평가절하 분위기가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버블의 막차로 평가되는 이번 거래가 버라이즌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최대 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버라이즌이 케이블TV·통신시장의 포화와 더불어 기존 사업에서 더 이상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전망에 직면하면서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5월 44억달러(약 5조원)에 사들인 글로벌 인터넷 미디어 회사 AOL과 야후를 합병해 운영할 것이라는 버라이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 늦기 전에 온라인 콘텐츠와 광고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한 심정이 느껴진다.
AOL은 모바일 비디오 및 온라인 광고 기술뿐만 아니라 허핑턴포스트, 테크 크런치, 엔가젯 등 뉴스 사이트를 갖고 있다. 야후는 각종 부동산과 함께 디지털 자산인 광고 기술, 검색, 이메일, 인스턴트 메시징 등을 포함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야후를 상장회사로 유지하되 AOL과 네이티브 광고 및 검색 포트폴리오 플랫폼에서 겹치는 부분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테크 크런치와 허핑턴포스트 등 인기 미디어를 활용하면 야후의 뉴스, 스포츠, 금융 등 사이트에서도 수백만 뷰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마케팅 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자산 순위는 구글(2억4590만달러), 페이스북(2억1820만달러)에 이어 야후가 2억1090만달러로 3위다. 이어서 아마존(1억898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1억8260만달러), AOL(1억7480만달러), CBS인터랙티브(1억4400만달러) 순이다.
표면적으로 야후와 AOL의 디지털 미디어 자산 규모는 3억8570만달러(약 4380억원)다. 버라이즌이 AOL과 야후 인수에 들인 자금이 10조5천억원인데 반해 이들 인수기업의 자산 규모가 크게 차이나는 것에서 월가의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버라이즌이 이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는 버라이즌의 야후 인수 공동발표에서 "야후와 AOL은 인터넷, 이메일, 검색 및 실시간 미디어에서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버라이즌과 AOL의 영향력에 우리(야후)의 합류는 차기 모바일로 향하는 이상적인 힘의 결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라이즌 회장 겸 최고경영자 로웰 맥아담은 야후의 핵심 디지털 자산 인수에 대해 "최고의 글로벌 모바일 미디어 회사로서 고도의 경쟁 위치에 있으면서, 디지털 광고에서 우리의 수익 흐름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탈 통신' 선언이다.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은 연간 690억달러(약 78조4천억원) 규모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체 시장의 절반인 약 55%를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AOL과 야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와 3.4%에 불과하다.
하지만 포레스터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댄 빌러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야후의 사용자 데이터 및 모바일·미디어 속성 분석을 AOL의 뛰어난 광고 기술이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컴스코어는 야후 사용자 연령을 분석한 결과, 야후가 전통적인 인터넷 브랜드이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사용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과를 내놨다.
현재 아이폰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버라이즌이 유통하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통해 야후의 앱을 설치해 더 많은 트래픽을 유도할 수도 있다. 버라이즌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1억1200만명, 야후 이용자는 약 10억명, AOL 가입자는 200만명으로 총 11억 명을 넘어선다.
글로벌 통신·인터넷·뉴스 네트워크에 약 11억 명의 고객 정보, 탁월한 '광고 기술'이 결합되면 구글과 페이스북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버라이즌의 야심찬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