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소설 '예나',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에서 예나의 선택은?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사랑, 단절의 끝에서 우주적 합일로'

 

권력, 명예, 재산,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것도 또 그런 것들을 버림도 모두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행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이다. 자유, 평화, 평등의 개념도 사랑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아무리 구속해도 사랑이 개입되면 그것은 이미 구속이 아니며, 아무리 불평등한 관계도 사랑이 끼어들면 더 이상 불평등한 관계가 아니다. 이리도 소중한 '사랑'을 정의해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편 소설 '예나'의 저자 장연희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사랑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여러 무거운 주제들이 깔려 있음에도 전혀 무거움을 느낄 수 없는 언어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주인공 예나와 함께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사랑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정점에 이르는지 공감하게 된다.

소설의 첫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구운몽'은 연로하신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기 위해 매일 밤 엮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저도 당신께 바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문 두드립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예나' 이야기입니다."

장편 소설 예나 이야기의 화자는 예나의 오빠다. 예나를 입양한 집안의 아들인 '나'(오빠)의 시선은 줄곧 여동생의 삶을 뒤쫓으며 예나의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서술한다. 예나와 관련된 등장인물 모두는 가족이다. 이는 사랑의 시작이 가정임을 의미한다. 예나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과 행복을 반복해 경험한다. 단절의 끝에서 예나는 운명과도 같은 죽음과 조우한다. 예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예나의 본성은 처음부터 사랑과 소통을 향해 있었으며 소설의 화자인 '나'는 그녀를 통해 우주적 합일(合一)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랑은 단절의 고통을 극복하는 힘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이다. 가정에서 시작된 사랑의 샘물이 어떻게 시냇물이 되고 지구를 돌아 대양의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글이다.

나아가 궁극의 존재를 만나기 위해 읊조리는 예나의 고백들은 우리들을 피안의 세계에 이르게 하는, 영혼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하여 준다. 이쯤해서, 저자는 이 땅을 디디고 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다시 말하는 듯하다.

"예전, 김만중은 연로하신 어머니께 바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구운몽'을 지었습니다.
이제 저도 당신께 바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문 두드립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순수한 세계의 회복을 고대하며 매일 밤 엮은 '나'의 이야기입니다."라고.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