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가 21일(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의 위험이며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맹비난했다.
WP는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게재했으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여러차례 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트럼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WP는 23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미국의 위험'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경력과 기질 면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다"며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미국과 전세계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해 예의를 표하거나 지지하는 척 조차 할 수 없다"고 밝혔다.
WP는 트럼프가 위험한 이유에 대해 오직 자신과 자신의 사업 이익만을 추구해온 경력, 무지와 말바꾸기 등을 제시한 뒤 동맹 관계 등 외교 관계와 미국 헌법에도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미국을 이용하고 이민자들은 범죄를 거지르며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 틀렸다고 반박했다. 특히 WP는 "일본과 한국은 미국에 엄청난 이익을 지켜주는 동맹에 공헌하는 중요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더 범죄가 적고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일자리를 맡고 있고 군에 복무한 수천명의 무슬림 미국인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애국자"라고 설명했다.
WP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도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이같은 주장은 더 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갖도록 하는 것이면서 미국에 해를 끼치려는 독재자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공화당은 8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과 동맹을 약하게 만드는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며 "그런데 트럼프는 깊은 생각 없이 동맹을 포기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는 세계의 안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WP는 "트럼프는 행정부 권한 제한에 신경쓰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그는 비판자에 대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고통받을 것이라고 위협했고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자고 했다"고 상기시켰다. 또 "그는 자신을 화나게 한 판사에 대해 멕시코 혈통이어서 판사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사법부의 독립에 경멸을 표했다"며 지적했다.
WP는 그러면서 "우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지금까지 비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우리는 그녀가 헌법에 위험이 된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밝히고 "그러나 트럼프는 미 헌법에 대한 유일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