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공격수 김신욱이 서울전에서 수비수로 깜짝 변신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FC서울전.
경기 전 화두는 김신욱(전북)이었다. 김신욱은 유명한 서울 킬러다. 올해 개막전까지 서울을 상대로 21경기 9골을 기록했다. 최근 4년으로 한정하면 10경기 8골이다.
김신욱은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에 서울전에 강해서 선발 출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고, 서울 황선홍 감독도 "김신욱이 서울에 강한 것을 알고 있다. 후반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수비 제공권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2-1로 앞선 후반 21분 레오나르도 대신 김신욱을 투입했다. 전북의 상징인 닥공을 의미하는 교체였다.
그런데 김신욱의 위치가 평소와 달랐다. 서울쪽 그라운드에서 골문을 조준한 것이 아니라 전북쪽 그라운드에서 상대 공격을 기다렸다.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가 서울전 김신욱의 역할이었다.
후반 35분 서울 심우연이 투입되자 더 밑으로 내려갔다. 196cm 장신 심우연을 막기 위한 전술이었다. 김신욱 역시 196cm 장신이다. 결국 수비를 안정시킨 전북은 후반 39분 로페즈가 쐐기골을 넣었다.
최강희 감독은 "생각하고 있었던 전술이다. 심우연이 들어오면 내리려고 생각했다"면서 "선제골 넣고 동점을 허용해 후반 승부를 걸려고 했다. 공격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김신욱 투입 전에 두 번째 골을 넣고, 투입 후 세 번째 골을 넣어서 김신욱을 내렸다. 훈련을 많이 한 것은 아닌데 수비수 훈련을 한 적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신욱은 수비수 출신이다. 울산 입단 후 공격수로 전향해 국가대표급으로 성장했다. 덕분에 투박했지만,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황선홍 감독도 김신욱의 수비수 변신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오스마르가 1골을 만회했지만, 선수들이 장신 심우연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김신욱 수비를 효과적으로 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