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와 승부 조작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삼성 안지만(왼쪽)과 NC 이태양.(자료사진=삼성, NC)
20일 프로야구는 또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 KBO 리그를 강타했던 도박 악령이 고개를 드는가 싶더니 종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다.
이미 해외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불펜 안지만이 이번에는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까지 얹어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NC 선발 이태양이 승부 조작 혐의로 역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NC는 곧바로 20일 밤 보도자료를 내고 이태양에 대해 실격 처분과 계약 해지 승인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할 뜻을 밝혔다. 창원지검 특수부는 21일 이태양을 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삼성은 일단 안지만에 대한 대구지검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불구속 기소 등 검찰의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은 데다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안지만은 "지인이 음식점을 차린다고 해서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지난해 해외 도박 혐의까지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KBO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케이티 베테랑 김상현은 음란행위를 하다 20대 여대생의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아 구단에서 임의탈퇴를 요청했다. 케이티는 지난해 장성우의 SNS 파문에 오정복의 음주운전 등 악재가 겹쳤다.
야구 관계자들은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일탈 행동에 프로야구 전체가 매도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야구 원로는 "1군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이 있는데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초심을 잃고 일탈행위를 한다"고 꼬집었다.
▲"좌절해도 희망 놓지 않았더니 1군 기회 왔네요"
사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대부분 수억 원 고액 연봉자들이거나 1군에서 자리를 보장받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등록 선수 587명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1군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선수들이 태반이다.
올해 한 팀에서 연봉 상위 27명의 평균은 2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1군 엔트리 27명에서 빠지는 선수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을 겨우 넘는다. 최저연봉 2700만 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등록 선수의 58%가 1군 최저 연봉 50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승부 조작 대가로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이태양의 연봉도 1억 원이다.
10개 구단 270명에서 빠지는 선수들은 1군 무대에서 뛰는 것만을 꿈꾸며 버티고 있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롯데 중고 신인 외야수 나경민(25)도 이런 선수들에 속한다. 야구 본토 미국 무대를 꿈꿨다가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국에서 힘겨운 나날 끝에 야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롯데 나경민이 20일 KIA와 홈 경기에서 힘차게 타격을 한는 모습.(부산=롯데)
덕수고 출신 나경민은 2009년 시카고 컵스와 72만5000 달러에 계약했지만 눈물 젖는 빵을 먹으며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3년여 만에 돌아왔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금 없이 최저 연봉이었다.
이후 부상 재활 끝에 이달부터 조금씩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는 주전 김문호의 휴식으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3안타 2득점 1도루 맹활약으로 9-6 역전승에 큰 힘을 보탰다.
특히 3-5로 뒤진 8회 1사에서 혼신의 전력질주와 슬라이딩으로 번트안타를 만들어내 대역전극의 물꼬를 텄다. 이후 롯데는 저스틴 맥스웰의 3루타, 강민호의 2루타 등 8회만 6점을 뽑아내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후 나경민은 "미국에서 많이 힘들었고, 한국 와서도 수술하고 군대에 가는 등 좌절을 많이 했다"며 고달팠던 지난날을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다 보니 좋은 기회와 운이 왔다"면서 "나보다 힘든 사람도 있지만 간절하게 경기를 뛰는 이유"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나경민은 "팀내 경쟁이 치열하지만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나경민의 간절함과 소박함, 이 땅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찾아야 할 초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