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락(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무려 14년 동안 진행을 맡아 온 MBC 표준FM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난 최양략을 둘러싼 외압설이 다시 한 번 불거졌다.
20일 오전 CBS노컷뉴스는 최양략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정중하게 고사의 문자를 보내왔다. "다 끝난 일입니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5월 16일, 최양략이 진행하던 '재미있는 라디오'에 대체 DJ가 등장했다. 최양락에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는 것이 이유였다. 앞서 5월 13일 방송 말미에 평소와 다름없는 인사를 건넨 그였기에 청취자들은 어리둥절했다.
급기야 대체DJ가 맡았던 프로그램은 2주 뒤인 5월 27일 마지막 방송으로 이어졌다. 그 자리에도 최양락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이유가 붙었다. 2002년 4월부터 14년을 이어온 장수 DJ와 프로그램의 허무한 끝이었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대표적인 시사풍자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꼽혀 왔다. 민감한 정치 이슈·인물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이어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크고 작은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의 비리를 풍자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담당PD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에 이른다.
결국 2014년 '재미있는 라디오'의 시사 풍자 코너는 모두 자취를 감췄고, 2년을 더 이어온 끝에 프로그램조차 사라진 것이다.
◇ "MBC, 끊임없는 외압 의혹으로 신뢰도 추락한 상태"
"다 끝난 일"이라며 자신의 말이 또 다른 논란을 낳기를 원하지 않는 듯한 최양락과 달리, MBC는 언론에 프로그램 폐지의 원인으로 "청취율 하락"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사람들의 외면으로 프로그램이 사라지게 됐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대중은 "'재미있는 라디오'의 핵심인 시사풍자 코너를 모두 없앤 탓에 청취율이 계속 떨어진 것 아니냐"며 청취율 탓을 하는 MBC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MBC가 14년간 묵묵히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최양락은 물론 애청자들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흐름이 최근 언론에 소개된 최양락의 근황과 맞물리면서 다시 '외압설'을 불러낸 셈이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는 20일 "몇 년 전부터 MBC에서 'PD수첩' 제작진이 석연찮은 이유로 물러나고, 최일구 앵커가 '9시 뉴스'에서 하차하는 등의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면서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프로그램이나 사람들이 일선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불거졌다"며 "그 연장선에서 최양락에 대한 외압설 역시 MBC에서는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할 기회를 주려 했다'고 해명하지만, 대중이 볼 때 정치풍자와 관련된, 윗분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PD수첩' 등을 통해 비판적인 보도를 날카롭게 할 때의 MBC는 대중이 볼 때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언론기관이었는데, 일선에서 열심히 뛰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등 여러 외압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라며 "최근 들어 MBC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지상파의 위상이 추락한 데는 언론으로서 지상파의 신뢰성 저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MBC가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밀려나고 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있다"며 "결국 보도로 말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성역 없는 비판적인 보도로 어필할 때 대중의 신뢰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