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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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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풀꽃도 꽃이다'1,2

 

소설가 조정래의 교육 비판 소설 '풀꽃도 꽃이다'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전국 680만 초·중·고생들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선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로지 대학이라는 한길만 바라보며 달리는 비통한 현재를 진단하고 우리 모두 함께 그려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안하는 작품이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과학과 인간의 행복한 조화를 꿈꾸는 이때, 보다 많은 돈과 좀 더 높은 지위만이 여전히 행복의 기준이 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쓰고도 아리다. 아무도 모르게 피어나는 길가의 잡풀에서도 꽃이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듯, 작가는 우리 모두가 풀꽃으로 태어나 각기 그 빛을 발하며 삶을 영위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 소설의 제목을 '풀꽃도 꽃이다'로 정했다.

조정래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다. "연간 40조를 넘는 사교육시장의 병폐는 누구의 책임일까. 그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정부의 책임이고, 교육계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고, 학부모의 책임이다. 이제 이들 모두가 똑같이 공동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점점 나락의 길로 치달아갈 수밖에 없다. 고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된 내 손자들이 사교육시장의 거센 파도에 대책 없이 휩쓸리는 것을 보면서 이 소설을 쓰는 심정은 아들을 논산훈련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의 심정과 그 비감함이 어찌 그리 같은가."

작가는 매끄러운 영어 구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유아기에 시행하는 구강 구조 성형수술부터, 못생기고 못살고 둔하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도 있는 왕따 문제, 부모의 성적 관리에 짓눌려 가슴속 꿈을 펼쳐내지 못해 벌이는 가출 청소년, ‘사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곳에서 암묵적이고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교육 가치관 등등 사회 곳곳을 본격적으로 취재해 마치 현장에 와 있는 듯 우리 내면의 풍경을 생생히 그려낸다.

무너진 공교육의 실태 속에서도 잡초처럼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 대기업 고위직인 남편과 어엿한 대학생 딸, 이제 삶의 목표는 고교생 아들의 대학 진학뿐인 전업주부 김희경, 원어민 영어 회화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대어를 낚기 위해 머나먼 한국 땅까지 찾아온 미국인 포먼, 심화되고 있는 학교 폭력의 문제에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그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아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게 해주는 초등학교 교사 이소정 등이 소설 속에서 어른 세대의 가치와 목표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또한 아빠처럼 대기업 간부가 되기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어릴 적부터 관심이 높았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와 갈등하는 고교생 최윤섭,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 맞서 가출을 감행해 ‘길 위의 아이’로 위험천만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학생 한동유, 알코올중독인 아버지와 불우한 가정 환경 때문에 왕따를 당하면서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가까스로 버티는 고교생 배동기 등 기성세대가 구축한 시스템에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 시대 청소년의 심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OECD 회원국들 중에 가장 긴 시간을 공부하는 데 쓰면서도 학업 성취도는 가장 낮고 사교육은 가장 심한 나라, 한국에서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은 하루 평균 1.5명, 급기야 성적 문제가 가져온 갈등으로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처참한 시대에 이르렀다. 조정래 장편소설『풀꽃도 꽃이다』는 ‘단 한 사람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의 본질을 간과한 채 어떠한 정책적 변화 없이 아이들을 패륜의 길로 몰고 가는 사회 속에서 급격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자리 잡은 성공 지향적 태도와 적자생존의 경쟁 구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인간의 가치를 경직화하는가를 되짚는다.

이 시대 교육의 현재를 중심으로 부모와 교사, 학생, 교육업 종사자 등이 사회 곳곳에서 벌이는 삶의 양상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삶의 가치는 무엇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한민국 백년대계를 세우기 위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총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성적과 능력을 기준으로 줄 세워지는 비통한 현실 속에서 건강한 사회를 일구고 미래 지향적 가치관을 세우고자 하는 이라면 모두 함께 읽어야 할 소설이다.

줄거리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긴장감을 야기하는 ‘차별 교육’에 반대해 교장실을 찾아 항의하는 고등학교 교사 강교민은 학생들이 성적에 연연해 행복하지 못한 현실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항변하고, 학생들에게는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함을 역설한다. 강교민은 학교 내의 폭행 사건으로 열린 선도위원회에서 알코올중독의 아버지와 가난을 이유로 공공연히 학교 폭력을 당하다 결국 폭행을 저지르고 만 ‘불량 학생’ 배동기를 위해 교감과 생활지도부장을 간곡히 설득해 가까스로 퇴학을 막는다.

한편, 고교 동창 유현우가 긴급히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 강교민은 유현우의 아들 지원이 엄마가 없는 곳으로 떠나는 방법은 자살뿐이라는 생각으로 실행에 옮기기 직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과 그 엄마를 만나 상담해 보겠다고 약속한다. 매일 다그치기만 하는 엄마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지원에게 강교민은 불길 속에서도 자식을 구해내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그 무한한 사랑을 강조하지만 지원은 진정으로 도와줄 마음이 있는 거라면 경쟁만을 강요하는 엄마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전업주부의 길을 걸어온 김희경은 자식을 위한 ‘순정한 엄마의 마음’으로 ‘무한 경쟁의 질주’에 동참했음에도 아들 지원의 마음이 자신과 다르다는 데 좌절한다. 고민을 토로하고자 만난 고교 동창 최미혜에게 ‘엄마한테 자식이란 온 세상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들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반면, 최미혜는 딸을 명문 여자대학에 보낸 후 동창들에게 자랑하던 김희경의 모습이 생각나 왠지 고소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지원과 같은 중학생 딸 예슬이 생각나 친구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절감한다.

같은 반 친구인 서주상이 힘세고 싸움 잘하는 전남호와 한태식에게 매일같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그들에 대한 두려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유지원은 분노에 휩싸이고, 서주상과 같은 일을 당할 것이 두려워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좌절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전남호와 한태식은 학교 안의 또 다른 약자인 기간제 교사를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장난인 척 성희롱을 일삼다가 결국 담임 선생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친 후 써오라고 한 반성문 과제를 서주상에게 시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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