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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외국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 등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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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오로라'Ⅰ'리버스'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은 문명의 종말 이후 거대한 상실 너머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 그러나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상실을 빌어 현대 사회에 보내는 한 권의 러브레터이다.

유명 배우 아서 리앤더가 '리어 왕' 공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질 무렵, '조지아 독감' 보균자를 실은 비행기 한 대가 미국에 착륙한다. 빠르고 치명적인 이 전염병은 원자폭탄처럼 터져 인류의 99.9퍼센트를 휩쓸어가고, 눈 깜빡할 사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끝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20년 후,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문장을 마차에 새긴 악단이 광활한 북미 대륙을 떠돌며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연하고 있다. '예언자'라고 불리는 청년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상연하다 쫓기는 신세가 된 악단은 근처에 있다는 '문명 박물관' 쪽으로 행로를 변경하고, 그곳에서 놀라운 인연들과 조우한다.

종말을 다룬 여느 소설들과 달리 '스테이션 일레븐'에는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이나 잔혹한 학살극은 없다. 작가가 그리는 종말 후의 풍경은 오히려 평화롭고 아름답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이런 질문이다. '그저 살아남는 것 외에, 인간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독자들 역시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이미 디스토피아 같은 현실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이 책 속에는 이 질문들에 대한 아름답고도 강렬한 대답이 들어 있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북로드/456쪽/13,800원

 

스릴러 소설 '블랙 오로라'는 스웨덴 북쪽 도시에서 젊은 종교지도자의 잔혹한 살해 사건을 다룬다.

스톡홀름에서 세무변호사로 일하는 레베카는 이른 아침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어린 시절을 보낸 키루나로 향한다. 옛 친구 산나의 남동생 빅토르가 종교 지도자로 활동하던 교회 계단 아래서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빅토르는 9년 전 사고로 심장이 완전히 멎었다가 다시 살아난 후, 종교적 계시를 받고 키루나의 세 지역 교회를 통합했다. 또 저서와 설교 비디오 판매를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한편 레베카는 그의 누나 산나와 절친한 사이였으며 사람들은 그녀를 빅토르의 연인이라 여겼다. 하지만 어떤 사건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고향을 떠났었다. 7년이 흐른 후 다시 찾은 고향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산나가 용의자로 체포되자 레베카는 빅토르의 죽음에 대해 더욱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오사 라르손 지음/신견식 옮김/arte/388쪽/15,000원

 

소설 '리버스'는 커피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후카세가 어느 날 날아든 한 줄의 편지를 계기로 꽁꽁 싸매어둔 과거의 아린 상처를 풀어헤치는 이야기이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쉬쉬하며 잊고 지냈던 친구의 사고사… 작가는 남자 친구들 간의 우정을 비롯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과거와 현재와의 관계, 그리고 데뷔 이래 천착해온 테마인 복수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평범이라는 말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직장인 '후카세'. 그의 취미이자 유일한 관심사는 커피이다. 회사에서도 하루 한 번 커피를 내리면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맛보고 있다. 내가 주인공이라니! 중고등학교 시절의 존재감 없던 그를 기억하는 동창생들이 알면 얼마나 놀랄 일일지. 얼마 전에는 퇴근길에 아지트처럼 들르는 원두 전문점 '클로버 커피'에서 여자친구 '미호코'도 만났다. 무채색 같던 인생에 드디어 화려한 봄날이 온 것일까? 이 모든 활기가 커피 덕분인 것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후카세는 살인자다'라고 적힌 의문의 편지가 미호코에게 배달된다. 심상찮음을 직감한 미호코의 추궁이 시작되고 후카세는 결국 마음 깊숙이 묻어둔 '그 일'을 떠올리는데…….

아직 대학생이던 삼 년 전, 후카세와 네 명의 세미나 수업 동기들은 같이 여행을 떠났다. 사실 취업 전쟁이 한창인 데다 지원한 회사에서 불합격 통지까지 받은 참이었지만, 후카세는 소심하고 존재감 없던 자신에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기 싫어 쭈뼛쭈뼛하면서도 다소 들뜬 마음으로 여행에 합류했다. 하지만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히로사와가 짧은 생을 마감하고, 그후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날 일에 대해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그리고 지금, '혹시'라는 단어와 함께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히지만, 여자친구 미호코로부터 추궁을 받는 후카세는 내심 억울하다. 미필적고의? 아니 절대 아니다. 과실치사일 리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후카세는 자신하지만 익명의 편지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제 그 일을 고백할 때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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