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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도 안한 '부산행' 흥행 2위 '반칙'…'촌극'에 얼룩진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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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스틸컷(사진=NEW 제공)

 

눈 뜨고 보기 힘든 촌극의 연속이다.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이 유료시사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변칙 개봉'을 통해 지난 15일(금)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4대 배급사로 꼽히는 NEW의 '부산행'이 '개봉예정작'임에도 불구하고 변칙 개봉으로 다수의 상영관을 점유함에 따라, 이미 상영 중인 '개봉작'들의 설 자리는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는 20일 개봉하는 '부산행'(매출액 점유율 22.8%)은 전날 전국 425개 스크린에서 670회 상영돼 11만 9768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여타 개봉작들은 '부산행'에 밀려 전반적으로 한두 계단씩 내려선 모양새다.

'부산행'을 배급하는 NEW 측은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직전 주말인 15~17일까지 3일 동안 전국의 극장 140여 곳에서 매일 2, 3회씩 유료시사회를 연다. 이번 토, 일요일에도 극장가에서는 같은 풍경이 벌어지는 셈이다.

앞서 지난 주말에도 개봉을 앞둔 영화 '나우 유 씨 미2'가 같은 이유로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한 바 있다. '나유 유 씨 미2'를 배급하는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부산행'의 변칙 개봉에, 자사 영화의 첫 주 상영관·관객이 줄 것을 염려해 같은 방법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돈 안 들이고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유료시사회는 남는 장사다. 일반적으로 시사회는 배급사 측이 비용을 들여 극장을 빌리고 관객을 초대하지만, 유료시사회는 말 그대로 관객들이 자비를 들여 영화를 보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반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료시사회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주로 막대한 영향력과 자본력을 지닌 메이저 배급사들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스크린은 한정돼 있는데, 대작들이 유료시사회로 한 주 앞당겨 스크린을 잡아먹으니 이미 상영 중인 영화들은 가만히 있다가 스크린을 빼앗기는 꼴"이라며 "사실상 변칙 개봉인 유료시사회는 한 곳에서 무너지면 모조리 무너지는 도미노와 같다"고 설명했다.

매년 7, 8월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서는 치열한 스크린 확보 경쟁이 벌어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우 유 씨 미2' '부산행'을 필두로 27일 '인천상륙작전'과 '제이슨 본', 8월 3일 '덕혜옹주'에 이어 10일 '터널' '국가대표2' 등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나우 유 씨 미2' '부산행'이 꺼내든 '변칙 개봉' 카드가 '도미노'의 악순환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처럼, 극장가 역시 소수의 큰 영화뿐 아니라 다수의 중소 규모 영화들도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이다. 그 상생의 질서를 위해 소위 힘 있는 메이저 배급사들의 자성과 결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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