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충무로 일대에 전선 지중화가 이뤄지면서 전신주 대신 설치된 대형 변압기 탓에 구청과 주민이 마찰을 빚고 있다. (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전선 지중화로 도심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중화를 위한 변압기가 애물단지가 되고있다.
전선 지중화 사업이 한창인 서구 충무동 새벽시장 주변 인도 곳곳에는 커다란 철제 박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로· 세로· 높이가 무려 1.5m가 넘는 이 대형 철제 박스는 전선 지중화 사업에 따라 설치된 지상 변압기이다.
20~30m 간격으로 인도 곳곳에 들어선 변압기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인근 상인 A(54)씨는 "짐을 싣고 자전거를 몰다 보면 대형 변압기 탓에 가다서다를 반복하게 된다"며 "행인들도 걷다가 변압기에 가로 막혀 돌아간다"고 말했다.
또 광고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스티커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변압기에서 전자파가 얼마나 나오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서구청은 현재 한국전력과 함께 예산 24억 원을 들여 충무로 일대에 전선 지중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이 지중화되면서 도심환경이 크게 개선되고는 있지만, 인도를 점령한 지상 변압기가 다른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꼴이다.
최근에는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설치한 변압기를 놓고 구청과 민원인 간의 극심한 갈등이 불거지자, 한전이 변압기를 철거하면서 이 사태가 일단락되기도 했다.
구청 담당 공무원은 "극심한 민원이 제기돼 불가피하게 이미 설치한 변압기를 뜯어냈지만, 마땅히 다른 곳에 설치할 데가 없어 해당 변압기만 지하에 매립했다"라며 "전기와 물이 상극이라 지하로 빗물이 들어가면서 잔고장을 일으킬 수 있어서 사실상 변압기 지중화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앞으로 2020년까지 충무로 일대 전선 지중화 사업이 계획돼 있어, 지상 변압기의 위치를 두고 구청과 주민들 간의 갈등이 계속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에 앞서 주민들과 변압기 위치선정을 협의하는 구청의 세심한 행정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