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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현 사태'' SK, KIA팬 상처 씻을 진정성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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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빈볼 파문 확산…마음이 우러난 사과 필요

길현

 

SK 투수 윤길현(25)의 ''빈볼 및 무례한 언동'' 파문이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윤길현의 미니홈페이지, SK 구단 홈페이지 등 인터넷상은 물론 성난 KIA팬들이 두산-SK의 경기장에까지 찾아와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윤길현이 야구 11년차 선배인 KIA 최경환(36)에게 행한 무례한 태도 때문입니다. 윤길현은 지난 15일 KIA전에서 최경환에게 빈볼을 던진 뒤 다소 도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후 최경환을 삼진으로 잡은 뒤 욕설을 하는 입모양이 중계화면에 잡혔습니다.

"무례한 언동, 비난 받아 마땅…중계화면 잡혀 파문 확산"

물론 윤길현은 분명 야구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 야단을 맞아 마땅하지만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사안은 아니었다는 게 야구계 중론입니다. 한 야구인은 "경기 중에 선수들이 욕하는 것은 부지기수"라면서 "중계화면에 잡혔다는 게 문제가 됐지만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당사자인 최경환과 SK 코칭스태프조차도 당시 윤길현이 욕설을 했는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성근 SK 감독은 "욕설을 한 지 알았다면 9회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윤길현의 입모양이 중계화면에 잡혔다는 겁니다. 이 장면이 빈볼 및 도발적인 화면과 함께 동영상으로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됐습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동영상을 본다면 공분을 느끼기 십상이었습니다.

SK 구단 안이한 대응도 문제 "당사자들이 사과 받아 후속 조치는 없을 것"

사과문

 

SK 구단 측의 다소 안이한 대응도 사태를 키운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15일 경기 후 사태가 커지자 SK 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윤길현의 사과문을 실었습니다. 사과문에서 윤길현은 최경환에게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가라앉기는커녕 사태가 더 커졌습니다. 워낙 파장이 컸던 데다 일부 언론에서 최경환이 "윤길현의 사과하는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억지로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K 구단 측은 "더 이상 무엇을 하겠는가"란 반응이었습니다. 윤길현이 사과도 했고 당사자인 최경환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17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이번 사태에 따른 특별한 대책은 하지 않겠다며 시간이 흐르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SK도 답답한 심경입니다. 김성근 감독이 윤길현을 불러 따끔하게 질책했고 자숙의 의미로 근신처분을 내린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경환과 KIA의 혼(魂)인 이종범도 "이제 윤길현을 용서하자"고 말했습니다.

KIA 구단도 홈페이지에 ''이종범과 최경환 선수도 사과를 받아들이고 선수협 차원에서 인성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공지까지 띄웠습니다. SK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더 무엇을 해야 하나"라면서 "할복이라도 해야 KIA팬들은 용서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습니다.

SK 구단 안이한 대응도 문제 "당사자들이 사과 받아 후속 조치는 없을 것"

그러나 KIA팬들이 서운한 것은 ''마음의 상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자가 강자에게 굴욕을 당했다는 느낌은 상상외로 서러운 일입니다. 선수들은 용서했지만 팬들이 아직 용서를 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당시 경기 상황과 올시즌 상반된 SK, KIA의 성적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SK는 KIA에 10-1로 앞서 있어 빈볼을 던질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한 프로야구 감독은 "이미 경기가 끝나는 분위기인데 왜 빈볼을 던졌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래서 KIA팬들이 더 분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올시즌 강약이 뚜렷이 구별되는 팀 사정도 있습니다. 지난해 우승팀 SK는 올시즌 초반부터 막강한 전력으로 선두를 질주했고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KIA는 주전들의 부상으로 하위권으로 처진 상황입니다.

더욱이 KIA는 올시즌 SK에 1승 9패, 절대적인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윤길현의 무례가 KIA팬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는 겁니다. 이러한 양 구단의 역학관계에서 KIA팬들이 요구한 것은 윤길현을 포함한 구단 측의 성의있는 사과였습니다.

KBO "징계 근거 희박해"…''스포테인먼트'' SK, 팬들 상처 보듬어줘야

사실 윤길현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징계할 근거는 희박합니다. KBO 고위 관계자는 "당시 윤길현이 퇴장이나 경고 등 심판의 제재를 받지 않아 상벌위원회를 열 근거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경기 규칙을 위반했다기보다는 선수의 인성과 관계된 부분"이라면서 "KBO가 나서기보다 구단 측에서 해결을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글이 아닌 윤길현의 진정성이 드러날 수 있는 사과 동영상이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SK는 통신회사가 있어 휴대폰으로도 간단하게 이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만약에 진중한 태도의 사과에도 악의적인 댓글들이 빗발친다면 그것은 팬들의 자질 문제로 넘어갑니다.

SK는 지난해부터 ''스포테인먼트''를 내세워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한 팀입니다. SK팬들이 가장 우선이 돼야 겠지만 KIA팬들도 엄연한 야구팬입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게 진정한 ''스포테인먼트''가 아닐는지요.

물론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적어도 17일 경기 후 출입구 앞에 KIA팬들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나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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