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사진=자료사진)
제주에서 중국관광객을 상대로 약사나 처방전도 없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쇼핑형 약국'이 여행사 가이드에게 최대 50%의 수수료를 준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쇼핑형 약국이 2배나 폭리를 취한 배경에 판매수익을 가이드와 나눠 갖는 관광객 수수료 관행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제주 쇼핑형 약국과 여행사 가이드간 수수료 관행의 실체가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제주시 연동 A약국의 장부에는 약품명과 판매가격, 가이드 수수료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제주시 연동 A약국의 중국 개별 관광객 가이드 수수료 내역
우선 'FIT(Free Independent Tour), 즉 중국 개별관광객을 약국으로 데려왔을때 가이드에게 떼어주는 수수료는 품목별로 20%에서 50%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무좀 치료제 6만원짜리를 팔면 3만원은 가이드몫이었다. 수수료가 50%나 된다.
또 케이스에 담겨 일명 통약으로 불리는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파스와 여드름 치료제, 다이어트 제품의 수수료는 30%였다. 판매가가 12만원이면 4만원을 가이드가 챙기는 식이다.
비싼 가격대의 일반의약품인 공진단은 수수료가 20%였다. 중국인이 400만원짜리 공진단을 구매하는 순간 가이드는 80만원을 가져갈 수 있다.
주름개선제인 보톡스는 몇 세트를 구매하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달랐다. 1세트 가격은 27만원중 가이드몫은 11만원이었고, 2세트는 50만원이 판매가인데 가이드가 챙기는 돈은 24만원이었다. 1세트의 수수료는 40%, 2세트는 50%에 이른다.
이같은 방식으로 실제 A약국이 여행사 가이드에게 정산한 수수료 내역도 CBS노컷뉴스가 입수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의약품 판매 가이드 수수료 정산 내역서
A 약국은 모 여행사 가이드 B씨에게 매출액 95만6000원 가운데 25만7200원을 정산한 것으로 나온다. B씨가 데려간 중국관광객들의 총 구매액과 B씨에게 지급될 수수료 규모를 뜻한다. 한마디로 B씨는 A약국 매출액의 27%를 수수료로 챙긴 셈이다.
구체적인 내역을 보면 혈관성 뇌질환 치료에 쓰이는 모 제약회사의 일반의약품은 40만원에 판매됐는데 B씨는 30%인 12만원을 가져 갔다.
또 무좀 치료제는 50%(6만원 중 3만원), 스포츠 크림은 30%(10만원 중 3만원), 화장품은 20%(23만2000원 중 4만6400원) 등 모두 6개 제품의 수수료가 적혀 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또다른 장부에는 여행사와 가이드, 여행사 직원(T/C)에게 각각 지급될 수수료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었다.
CBS 노컷뉴스가 입수한 여행사와 가이드, 여행사 직원 수수료 내역서
12만원 짜리 여드름 치료제를 팔면 여행사가 2만9000원을, 가이드가 1만원을, 여행사 직원이 1000원을 챙기는 등 판매액의 30%가 수수료였다.
또 공진단을 비롯한 모든 의약품은 20% 가량을 수수료(여행사 14%, 가이드 5%, 여행사 직원 1%)로 뗐다.
여행사와 가이드 수수료를 표시한 장부에는 심지어 '수수료가 없는 제품은 절대 없음을 명시합니다'라는 표현까지 있다. 중국관광객이 사는 모든 제품에는 가이드 수수료가 있다는 뜻이다.
A약국은 수수료 실체를 묻는 CBS 노컷뉴스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걸 왜 묻느냐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문제는 가이드 수수료 관행이 쇼핑형 약국과도 결합하면서 폭리를 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독]제주 밀려드는 요우커에 불법 '쇼핑형 약국' 기승)
또 중국관광객들만 유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은 불법을 양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약사 면허를 빌린 무자격자가 약국을 운영(일명 면대약국)하거나 중국 유학생에게 의약품 판매를 맡기고 의사 처방전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파는 불법 '쇼핑형 약국'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단독]제주 쇼핑형 약국, 약사도 처방전도 없는 불법 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