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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시인, "한 줄의 시가 세상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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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종철 시전집'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후 2014년 7월 5일 작고할 때까지 꾸준히 시작 활동을 이어온 김종철 시인. 그를 기리는 '김종철 시전집'이 출간되었다. 이 전집은 첫 시집 '서울의 유서'(1975)부터 '오이도'(1984), '오늘이 그날이다'(1990), '못에 관한 명상'(1992), The Floating Island(1999), '등신불 시편'(2001), '어머니, 우리 어머니'(2005), '못의 귀향'(2009), '못의 사회학'(2013), 유고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2014)까지, 시인이 평생토록 이룬 시 세계를 집대성했다.

현실 풍자와 비판 정신을 드러내는 작품이 다수 수록된 제1시집의 자서에 쓰인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을 초극하는 문제였고, '자기'를 뛰어넘는 사소한 문제였다. 나는 늘 이러한 문제와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시인의 말은 시세계에 대한 고민을 오롯이 담아낸다. "여태까지 써 왔던 모든 작품들을 다 버리고 비워 내는 마음에서" 쓴 제2시집은 가족 이야기나 일상적 삽화 그리고 삶의 근원적 우수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시집으로, 베트남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의 비인간성과 그것이 안겨준 참혹한 상처를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며 고발정신을 형상화했다. "시를 무겁지 않게 쓰는 법"이 열린 제3시집에서는 '오늘의 삶'에 대한 통찰이 깊다. 일상적인 생활의 세목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의 그늘에 대한 비판이 집중적으로 담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인은 “‘못’을 주제로 한 연작에 집중하여 묵상과 자성의 시간을 보낸다. '못'과 관련해 시인을 따라다니는 무수한 별칭과 수식어. 왜 하필 못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며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시인은 제4집 '못에 관한 명상'을 시작으로 '등신불 시편', '못의 귀향'에 이르기까지 못 연작시집을 펴냈다. '못의 사회학'에서는 그러한 존재론적 탐구와 못의 시학이 하나의 못의 관계학으로 발전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정신, 죄와 참회, 용서와 사랑의 정신을 확대하고 심화한다.

유고시집(제8시집) '절두산 부활의 집'은, 둘째 딸의 힘을 빌려 작고하기 2주 전까지 미발표 시 한 편 한 편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시인은 췌장암 진단을 받고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시의 달’ 제정, 시인의 마을 조성, 남북시인대회 개최 등 의욕적인 활동을 펼쳤다. 시전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절두산 부활의 집' 같은 작품은 몸과 마음을 온전히 비워야 나올 수 있는 시다. 피안으로 떠나는 마지막 뱃고동이 울릴 때 이런 시를 읊조릴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시인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축복에 예술가의 의지가 결합한 결과였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끝별 교수의 말대로, 이 시전집에는 "그가 고스란히 통과해냈던 젊음과 가족과 시대와 역사의 음영이 배어 있다." 때로 고해성사에 가깝다가도 촌철살인의 풍자와 일갈이 그려지는가 하면, 일상의 어느 부분을 포착한 깊은 철학적 사유가 펼쳐진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 '등신불'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다 간다

― 본문 569쪽

김종철 시인은 2014년 4월 22일 시인협회 회장 취임사에서 "한 줄의 시가 세상을 살립니다"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시를 널리 행복하게 나누고 싶어 했던 것이다.

김종철 지음/문학수첩 /984쪽/ 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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